[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미운 오리에서 리그 판도를 바꾸는 스타로 거듭날까.
안양 KGC 외국인 선수 크리스 맥컬러 얘기다. 맥컬러 입장에서는 1주일의 휴식기가 반갑지 않을 듯. 맥컬러는 최근 3경기였던 부산 KT-인천 전자랜드-전주 KCC전에서 34-25-39득점을 폭발시켰다. 이 3경기 직전에 펼쳐진 서울 삼성-원주 DB전에서 각각 4득점, 2득점에 그쳤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믿기 힘든 활약을 펼쳤다. KGC는 맥컬러의 활약 속에 2연승을 거뒀다. KCC전은 브랜든 브라운이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맥컬러의 원맨쇼에 승리했다.
사실 맥컬러의 반전 활약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KBL 데뷔 시즌. 맥컬러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으로 입단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2m8의 큰 키를 가졌는데, 센터가 아닌 외곽 플레이어라 화려한 농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김승기 감독은 "KBL 최고 스타로 만들어 보겠다. 선수를 성장시켜 다시 NBA 무대에 보낼 수 있게 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즌 전 연습 경기부터 무기력했다.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를 반복했다. 골밑에서는 힘의 약점을 드러내면서, 외곽 플레이에서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NBA 출신이라는 자존심만 내세웠지, 크게 나아지는 모습이 없자 교체 최우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브라운에 완전히 밀려 반전의 계기가 된 KT전 전까지 14경기에서 20분 이상을 뛴 경기는 단 두 경기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17일 KT전이 반전 무대가 됐다. 선발로 출전해 26분40초를 뛰며 3점슛 3개 포함 34득점을 폭발시켰다. 그 기세를 몰아 전자랜드전은 25득점에 리바운드를 9개나 걷어냈고, KCC전에서는 39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GC는 1라운드 KT에 74대93으로 완패했다. 당시 브라운이 상대 장신 센터 바이런 멀린스(2m13)을 전혀 막지 못했다. 때문에 KGC는 KT와 2라운드 경기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장신의 맥컬러를 선발 투입했다. 높이 대 높이로 멀린스를 막아보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맥컬러가 그동안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던 울분을 터뜨리 듯 열심히 뛰었다. 경기는 KT에 패했지만, KGC는 상승 흐름을 탄 맥컬러를 연이어 선발로 투입시켰고 맥컬러는 이 믿음에 보답했다. KCC전에서는 3점슛을 5개나 터뜨리는 등 KGC가 기대했던 모든 것을 보여줬다.
맥컬러의 갑작스러운 활약, 여러 요인이 있었다. 먼저 선발 출전의 긍정 효과였다. 맥컬러는 경기 중 몸을 잘 풀지 않는 스타일. 자신만의 루틴을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전 워밍업 후 몸이 굳은 상태에서 중도 투입되니 경기 감각이 안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몸을 풀자마자 선발로 경기를 나가자 훨씬 나은 경기력을 내뿜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은 브라운 위주로 경기를 풀고, 맥컬러가 KBL 무대에 적응을 한 뒤 출전 시간을 차차 늘리려는 의도였다. 많이 뛴 브라운이 힘들어해 맥컬러에게 기회를 줬는데, 기대한 만큼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맥컬러 본인도 위기 의식을 느꼈다. 주변에서 퇴출에 대한 얘기가 들릴 수밖에 없었고, 최근 더욱 이를 악물며 훈련과 경기에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고국의 친구가 입국한 후, 함께 훈련하며 슈팅 밸런스가 더 좋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원래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다만 늘 주전으로만 뛰다 처음 백업 역할을 하고, 낯선 리그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을 뿐이다. 이제는 차차 맥컬러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상대 9팀 중 5~6팀을 상대로는 맥컬러가 선발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역할 배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