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재난 영화 '백두산'에 이어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가 12월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사극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 27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첫 발을 뗐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과 그와 뜻을 함께했지만 한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세종 역에는 한석규, 장영실 역은 최민식이 맡아 더 눈길을 끈다. 1999년 첩보 영화 '쉬리' 이후 21년 만의 재회다. 다채로운 장르에 참여하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최민식은 '명량'으로 무려 1761만 관객을 동원, 역대 흥행 1위의 자리를 5년째 지키고 있다. 이번에는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로 변신해 '명량'에 이어 또 한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스크린과 안방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이어가고 있는 한석규는 2011년 '뿌리깊은 나무' 이후 8년 만에 세종 역을 다시 맡아 눈길을 끈다. 독보적인 세종의 아우라와 깊이 있는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계획이다.
둘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최민식은 2년 후배 한석규를 '쉬리' 이후 다시 만난 것에 대해 "사실 엊그제 본 것 같다. 길다면 긴 세월이고 짧다면 짧다. 석규를 오랜 만에 봤을 때 바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오히려 '쉬리' 이전 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기도 하다. 신기하기도 했다"며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나이가 먹어 다시 만나 작품을 한다는 게 짠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다.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사람과 동료를 만나면서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한석규와 함께한 작업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좋은 파트너, 동료를 만나서 작품을 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한 후 환하게 웃었다.
한석규는 "나 역시 비슷하다. 불편한 것도 없고 긴장되지도 않는다. 기다리고 있었다"며 "연기 호흡은 말해 뭐하냐. 그저 좋았다. 학창 시절에 같이 공연했던, 혹은 최민식 형님의 작품에 스태프로 한 것까지 합치면 10작품 정도 됐다. 많은 걸 정서적으로 공유한 사람이다. 최민식은 내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라고 '무한 사랑'을 전했다.
서로를 향한 극찬 릴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최민식은 "과거 충무로에 나를 이끈 인물이 한석규다. 한동안 드라마에만 머물러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어서 심적으로 힘들 때였다. 개인적으로 어느 장소나 공간에서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석규가 날 이끈 작품이 바로 '넘버 3'다. 나와 석규는 성장기 때부터 서로가 서로를 지켜봤다. 누군가는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고 때로는 먼저 잘 나갔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서 꾸준히 하고 있구나'에 위안을 받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에 질세라 한석규도 "최민식 형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굿 맨'이다. 이런 자리에서 '고마웠다'라는 말을 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 그런 모습만 봐도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한다. 최민식 형님과 나는 체질도, 성향도 틀리다. 하지만 꿈은 같다. 세종과 장영실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서로를 존경하고 인정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 민식이 형님은 '굿 맨'"이라며 미소지었다.
'천문'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 섬세한 연출로 충무로의 '믿고 보는 감독'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역사에서도 내시만큼 가까이 둘 정도로 세종과 장영실은 가까운 사이였다. 안여 사건(왕의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 문제로 곤장 80대를 맞고 사라졌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은 같이 일한 뛰어난 신하를 버린 적이 없다. 계속 신하를 이끌어준 왕이였는데 갑자기 장영실만 사라져 궁금증이 생겼다.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리고 "촬영이 정말 편했던 것 같다. 보통 감독이 디렉션을 주는데 세종과 장영실을 연기하는 한석규와 최민실을 보면서 감독의 지위를 잊고 넋을 잃고 보게 됐다. 현장에서 빠져들어 화면을 본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엄지를 세웠다.
'천문'은 12월 개봉 예정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