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목표? 1년 내내 1군에서 뛰는 겁니다.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선발 불펜 상관없습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둔 임준섭의 간절한 속내다. 시즌 전에는 5선발 경쟁을 벌였다. 5선발은 김민우가 유력하지만, 2선발인 외국인 선수 채드 벨이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하면서 개막시리즈 2차전 선발로 깜짝 발탁됐다.
임준섭은 140㎞ 안팎의 묵직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의 소유자다. 특히 머리 쪽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되는 정통파 좌완투수라는 특징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타자들은 고전하기 쉬운 투수다.
하지만 인생의 우여곡절이 남달리 많은 투수이기도 하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거쳤다. 2라운더 신인답지 않게 육성선수로 전환되는 굴욕도 겪었다. 팀도 옮겼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벨과의 인연도 독특하다. 임준섭은 지난해 7월 31일 KT 위즈를 상대로 선발등판, 6이닝 1실점 쾌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KIA를 떠난 이후 5년만의 첫 선발승. 당시에도 부상으로 빠진 채드 벨을 대신한 대체 선발이었다. 이번에도 그 행운을 재현할 수 있을까.
임준섭은 2012년 2라운드(전체 15번)에 KIA 타이거즈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즉시전력감 대졸 좌완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입단 직후 첫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래도 복귀 후 선동열 전 감독으로부터 KIA의 미래를 이끌 선발투수로 지목됐다. 2013~2014년에 걸쳐 총 42차례의 선발 기회를 받았다. 235⅓이닝을 소화하며 9승19패로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또 팔꿈치가 말썽을 부렸다. 두번째 수술을 받고 육성선수로 전환됐다. 이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선 잊혀졌다.
복귀를 위해 칼을 갈았다. 2018년 6월 소집 해제 직후 임준섭의 준비된 몸을 확인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그를 곧바로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이해 9월 첫 1군 마운드에 올랐고, 2019년에도 불펜 투수 겸 대체 선발(6경기)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다행히 전날 서폴드가 개막전 완봉승을 거둬 팀 분위기가 밝다. 불펜에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임준섭은 선발 한 자리를 약속받지 못한 투수다. 개막 시리즈 2차전에 전격 기용된 이유도 벨이 돌아온 뒤 선발 로테이션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임준섭이 누구라도 탐낼 좋은 기회를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 한화는 타 팀에 비해 선발진이 약한 편이다. 대체 선발 1순위임은 입증됐다. 어렵게 잡은 기회에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이대로 한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
"팔꿈치는 소집 해제 이후 아픈 적이 없다. 올해 느낌이 좋다. 보직은 어디든 좋다. 그저 리그가 빨리 개막했으면 좋겠다"던 임준섭. 마침내 기회가 왔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