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2020년 프로야구도 그 길을 걷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 상 첫 무관중 경기. 모두가 당혹스럽지만 진짜 당혹스러운 사람들은 따로 있다.
각 구단 응원단이다. 함께 할 관중이 없는데 응원은 계속 돼야 한다.
심지어 마스크를 쓴 채 안무를 곁들인다. 숨이 턱턱 막힌다. 평소 관중이 있을 때보다 흥은 덜나는데, 힘은 두배로 든다. 무관중 앞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 얼핏 이상해 보이는 장면. 온라인 팬 서비스, 그리고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응원단의 몸부림이다.
삼성-NC전이 열린 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3루 삼성 측 응원단상. 김상헌 응원단장과 4명의 치어리더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텅 빈 관중석을 마주하고 섰다. 흥겨운 응원가에 맞춰 텐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애썼다.
삼성이 3회 초 선제 3실점을 했다. 개막 3연전 연속 선취점 허용을 앉아서 지켜보던 응원단 사이에 아쉬움의 침묵이 흘렀다.
3회 말 삼성의 반격. 응원단이 불끈 힘을 냈다. 김동엽 구자욱 살라디노 등 타석에 선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전을 개시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등지고 응원을 이끌어야 하는 김상헌 단장은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신 뒤를 돌아봤다. 평소에야 관중의 격한 반응으로 대번 알 수 있지만 무관중 속에 조용히 진행되는 만큼 눈으로 직접 확인이 필요했다.
2사 후 기다렸던 구자욱의 우전안타가 터졌다. 모처럼 신바람이 났다. 응원단은 구자욱의 응원가를 반복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호응해주는 관중 없이 뜨거운 열기가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난생 처음 겪는 무관중 무대 응원. 응원단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무관중 응원이요? 차이는 확실히 있죠. 관중 분들과 주고 받는 응원을 할 수 없으니 '마'(시간 차)가 뜰 수 있죠." 김상헌 응원단장의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응원단의 유튜브 라이브 영상은 라이온즈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영상을 통해 지켜보는 팬들이 있다는 생각은 그래도 큰 힘이 된다.
수비 때 응원단은 카메라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실시간 중계 모드로 전환한다. 삼성 팬들의 실시간 댓글을 통해 적극 소통에 나선다.
눈 앞에 없는 그리운 팬들. 함께 있다는 상상 응원이 변함 없는 에너지를 이어가는 비결이다.
무관중으로 적막해진 야구장. 삼성이 수비할 때는 더욱 조용해 진다. 그만큼 삼성 덕아웃에서의 백업 선수들이 외치는 응원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응원단과 벤치의 감응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사실 수비 때는 (응원을) 안 했는데요. 우리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덕아웃에서 외침이 들리거든요. 그럼 우리도 '이예~~~~'하면서 큰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듣고 힘을 내야 하니까요. 어찌보면 저희는 지금 오직 선수단 만을 위한 응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해요."
마스크를 쓴 채 가쁜 호흡 속에 텅 빈 관중석을 향해 에너지를 불사르는 삼성 응원단의 헌신적 응원. 언제쯤 이들은 시야를 가득 메운 열혈 관중의 호응 속에서 신바람 나는 행복한 율동을 펼칠 수 있을까. 또 언제쯤 삼성 선수들은 부담감을 털고 멋진 경기로 보답할 수 있을까.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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