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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승리하리!" MVP 주니오,코로나 고통받는 조국 브라질 위해...[위크엔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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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힘내라, 브라질! #안전하게 지내세요(Forca Brasil! #StaySafe)."

지난 9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울산 현대와 상주 상무의 개막전(4대0 승) 전반 7분, '원샷원킬' 주니오(34)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시즌 첫 골문을 열었다. 이어진 골 세리머니는 뭉클했다. 유니폼을 번쩍 들어올려 보였다. '힘내라, 브라질! #안전하게 지내세요(Forca Brasil! #StaySafe)'라는 메시지였다. 이날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주니오는 후반 7분, '22세 이하 영건' 이상헌에게 택배 도움까지 건네며 2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3일 K리그의 품격을 전세계에 선보인 주니오를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한 건 일견 당연했다.

1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MVP 주니오는 브라질을 향한 세리머니의 사연을 털어놨다. '주니오의 조국' 브라질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가장 극심하게 앓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14일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8만8974명, 13일 하루에만 1만138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망률은 무려 7%에 달한다. 주니오는 "내 고향인 마나우스(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의 주도)는 브라질에서도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라고 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가족으로부터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친구, 지인, 이웃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한국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은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브라질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걱정된다"며 아픔을 털어놨다. "내 이웃이 코로나19로 힘겨워하고 있다.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뜻에서 골 세리머니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니오는 전세계에 중계되는 K리그를 통해 브라질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픈 마음이 그라운드 위에서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도 했다. "내 고향과 브라질에선 여전히 위험하고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나는 브라질 가족들에게 한국이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냈는지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했다. "K리그가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 브라질 국민들에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희망, 다함께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보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의 원톱' 주니오는 헌신을 아는 '팀플레이어'다. 이날 후반 7분 결정적 골 찬스에서 '22세 이하 영건' 이상헌에게 어시스트를 건넨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해트트릭의 천금 기회를 양보한 후 아쉬운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니오는 "팀워크의 상징"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공격포인트, 득점왕 목표에 대해서도 그는 "내 목표는 오직 울산의 우승! 우선순위는 팀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골은 열심히 뛰면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라면서 "우승, 득점왕 모든 것을 위해 싸우겠지만, 팀 우승이 무조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시즌 울산 우승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엔 "물론!(Of course!)"이라고 즉답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주니오는 "울산에 온 지 3년째인데, 첫 해엔 리그 3위, 두 번째 해엔 2위를 했다. 득점왕 레이스에서도 첫 해엔 3위, 두 번째 해엔 2위였다. 3번째 해인 올해? 과연 어떻게 될지 잘 한번 지켜보자"며 활짝 웃었다. 주니오는 "올시즌은 정말 예감이 좋다"고 했다. "울산은 좋은 선수들로 이뤄진 좋은 팀이다. 5개월간 준비를 잘했고, 모든 선수들이 오직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뭉쳤다. 지난해보다 정신력은 더 강해졌고, 경험 있는 선수들이 90분 내내 지지 않는 멘탈로 무장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전 때 그런 모습을 보여드렸다. 다음 경기에서 또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헌신적인 팀플레이어 주니오를 향해 울산 선수들은 "한국선수보다 더 한국적인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팬들 사이엔 '울산 주씨설' '전생 한국인설'도 회자된다. 주니오는 "한국은 뭔가 다르다. 2018년 둘째딸 이사벨라가 태어난 곳이고, 내겐 집과도 같은 곳"이라며 속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주니오에게 울산은?'이란 질문에 주니오는 "울산은 나를 더 좋은 선수뿐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준 팀"이라는 영화같은 답변을 내놨다.

MVP 인터뷰 직후 주니오는 브라질 팬들을 향해 포르투갈어로 'JUNTOS VENCEREMOS!(우리 함께 승리하리라!)', 울산 팬들을 향해 한글로 직접 또박또박 '감사합니다'라는 자필 메시지를 전했다.

브라질의 이름으로 달리는 '울산 주씨' 주니오는 17일 오후 4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K리그1 2라운드 수원 삼성 원정에서 리그 2연승,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