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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현장메모]'청용'이 날고, 주니오가 펑펑. 대구격파 울산 단독선두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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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하염없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타고, '청용'은 신출귀몰 그라운드를 주름 잡았다. 브라질에서 건너 온 리그 최고의 골잡이는 어김없이 상대의 숨통에 비수를 찔러넣었다. 호화 멤버를 앞세운 울산 현대가 '수중전'으로 치러진 대구 원정에서 3대1로 승리하며 K리그1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울산은 12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1라운드 경기에서 대구FC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렀다. 울산은 지난 10라운드에서 꼴찌 인천을 상대로 4대1의 대승을 거두며 9라운드 전북전 패배의 아픔을 씻어냈다. 마침 전북이 전날 성남과의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친 덕분에 승점차가 2점이 된 상황. 이기면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홈팀 대구 역시 이 경기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 최근 7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대구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3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대구 역시 자신감이 컸다.

두 팀 모두 정예를 투입했다. 홈팀 대구는 비록 에드가가 아킬레스건쪽의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김대원과 세징야, 데얀으로 공격 삼각편대를 구성했다. 신창무 김선민 츠바사 정승원이 중원을 맡았고, 김동진과 정태욱 조진우가 스리백 수비를 섰다. 골문은 구성윤이 지켰다. 울산은 득점선두 주니오를 원톱으로 세우고 설영우 신진호 윤빛가람 이청용으로 2선을 구축했다. 원두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뒤를 받친 뒤 박주호 불투이스 정승현 김태환의 포백이 나왔다. 골문은 지난해까지 대구의 수문장이던 조현우였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경기 전부터 굵은 비가 그라운드에 쏟아졌다. 수중전이 불가피한 상황. 정교한 볼 컨트롤이 힘들고, 선수들의 체력도 쉽게 소진될 수 있는 변수다. 결국 누가 더 활동력과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기 초반 분위기가 엇갈렸다. 울산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여전히 체력까지 좋은 이청용라는 '특급카드'가 있었다. 이청용이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이청용은 우선 강렬한 중거리슛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전반 6분 페널티박스에서 공이 흘러나오자 중앙에서 쇄도하며 약 25m지점에서 강력한 슛을 날렸다. 구성윤 키퍼가 비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까스로 잘 막아냈다.

이후 이청용은 계속 뛰어다녔다. 결국 거기서 첫 골이 만들어졌다. 대구 진영 우측에서 김태환이 절묘하게 대구 수비 김동진 뒤편으로 이청용에게 찔러줬다. 패스가 워낙 날카로워 김동진이 미끄러지면서 더욱 완벽한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청용은 단독으로 치고 올라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신진호의 발끝에 배달했다. 신진호가 가볍게 선취골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울산의 공세가 계속 이어졌다. 대구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전반을 0-1으로 마쳤다. 후반전 반격이 절실했다. 대구는 신창무를 빼고 장성원을 투입했고, 울산은 베테랑 이근호를 기용했다.

전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여전히 울산이 주도했다. 이번에는 전반에 침묵했던 '득점머신' 주니오가 본색을 발휘했다. 주니오는 후반 10분 강력한 중거리 포로 골문을 흔들었다. 뒤에서 신진호가 띄워준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정면에서 빠른 타이밍에 슛을 날려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대구도 그냥 당하진 않았다. 주니오의 추가골이 터지고 1분 뒤 김동진이 만회골을 터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장신 정태욱이 헤더를 했지만, 조현우가 막았다. 그러나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동진이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30분 이상 남은 경기 시간. 대구도 해볼 만 했다.

하지만 주니오가 또 다시 상대의 희망을 무너트렸다. 후반 35분에 측면을 돌파한 김인성의 크로스를 받아 그대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대구의 희망을 무너트린 멀티골이었다. 대구는 울산을 상대로 최근 11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불명예를 이어갔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