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KBO 대표 거포'다운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승엽 이후 역대 2번째 '7년 연속 20홈런'이다.
박병호는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7차전에서 한화 선발 서폴드의 공을 묵직하게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풀카운트. 박병호는 앞서 이정후의 2루타에 흔들린 서폴드의 131㎞ 커브가 바깥쪽 높은 곳에 밋밋하게 들어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시즌 20호 홈런. 비거리는 115m였다.
이로써 박병호는 지난 이승엽 이후 역대 2번째로 년 연속 20홈런의 금자탑을 세운 선수가 됐다.
지금은 KBO를 대표하는 거포가 된지 오래지만, 박병호는 뒤늦게 타격에 눈을 뜬 선수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5년 LG 트윈스 입단 이후 매년 200타석 안팎의 기회를 받았지만, 한번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타율은 '멘도사 라인'으로 불리는 1할 후반~2할 초반을 오가는 수준. 좀처럼 싹을 틔우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되면서 박병호의 진가가 드러났다. 박병호는 이해 13홈런(넥센 12)을 쏘아올리며 화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31홈런, 37홈런, 52홈런, 53홈런을 때려내며 압도적인 파워를 과시했다.
2017년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한 박병호는 2년간 이렇다할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KBO리그는 박병호에겐 작은 어항 같았다. 박병호는 2018년 43홈런, 2019년 33홈런을 잇따라 쏘아올린 데 이어 이날 홈런으로 20개를 채웠다. 지난 2003년 이승엽 이후 17년만에 수립된 7년 연속 20홈런 기록이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 저하 이후 박병호의 기록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공을 쪼개놓을 듯한 압도적인 파워만큼은 여전하다. 박병호는 이날 홈런으로 20홈런을 기록, 홈런 3위이자 한국 선수 중 1위(2위 나성범 19개)에 올랐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