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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6강 전쟁, 16라운드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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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마라톤 경주를 떠올려보자. 레이스 중반 정도로 들어가면 그룹이 나뉜다. 선두와 추격자 그룹. 이들은 마치 단체 경주를 하듯 비슷한 페이스와 스피드로 오랫동안 함께 달린다. 그러나 이 '동행'은 영원하지 않다. 한 순간에 치고 나가는 선수나 뒤로 밀리는 선수가 나온다. 작은 변수 하나가 이 차이를 가른다. 경주 구간의 특징이나 선수 컨디션의 미묘한 변화로 스퍼트 타이밍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려 6개 팀의 '6강 전쟁'이 딱 이런 형국이다. 현재 6위 성남부터 11위 수원까지 별반 차이가 없다. 맨 위와 아래가 고작 3점 차이다. 어느 팀도 특별히 두각을 보이지 않고, 누구도 크게 휘청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혼전이고, 이 싸움이 오래 이어질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그룹으로 달리는 마라토너들 같다.

그러나 이렇게 팽팽한 대치 국면은 한 순간에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런 상태가 두 세 라운드 전부터 이어져온 데다, 앞으로 남은 라운드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긴장 국면을 오래 끌고 싶은 팀은 없다. 현재 각 팀마다 스퍼트 타이밍을 재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6팀 가운데 먼저 뒤로 밀리는 1~2개 팀이 나오는 게 순리다. 그렇게 되면 6강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는데, 그 계기가 주말 16라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라운드에 6강 도전자들의 대진이 상당히 흥미롭게 짜여 있다. 일단 현재 6위(승점 17점)로 앞서 있는 성남과 승점 2점차로 9위인 부산이 맞대결을 펼친다. 또한 7위 강원과 10위 광주는 16일에 다시 붙는다. 네 팀간의 맞대결이 우선적으로 6강 싸움의 판도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성남이 승리하면 단숨에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앞으로 치고 나가게 된다. 반면 부산은 여기서 승점 확보에 실패한다면 선두와 5점 차이나 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입장이 된다.

마찬가지로 강원과 광주의 대결도 역시 판을 뒤흔들 수 있다. 특히나 광주는 강원이 4연패로 가장 흔들리던 시기에 승리를 내주며 기를 살려준 팀이다. 이어 열린 컵대회에서도 패하며 맞대결 전적 2연패 중이다. 기선 싸움에서 일단은 뒤지고 들어가는데, 만약 16라운드에서도 진다면 역시나 6강 싸움에서 크게 밀리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부산과 광주는 여기서 진다면 사실상 6강 전쟁 무대에서 내려가야 한다.

이어 수원과 서울은 비록 맞대결은 아니지만, 대진운이 별로 좋지 않다. 모두 상위권 강팀과 만나기 때문에 '수성'이 필수적이다. 수원은 리그 선두탈환을 노리는 전북과 만나고, 최근 상승국면으로 돌아선 서울은 3위 상주와 싸운다. 강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면 앞으로 더 큰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냉정하게 판단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만약 여기서 승점 확보에 실패한다면 마찬가지로 6강 전쟁 무대의 변두리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16라운드 결과로 인해 6강 전쟁무대는 좀 더 간소화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