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3일 내내 개점휴업에 그쳤다.
예년보다 긴 장마가 롯데 자이언츠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8월 6경기서 무패(5승1무)를 기록한 롯데는 9~10일 잠실 두산전에 이어 11일 사직 NC전까지 3경기 연속 우천 순연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채 퇴근길에 올랐다. 11일까지 소화한 시즌 일정은 74경기(38승1무35패) 그대로 유지가 됐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키움(82경기)과의 격차는 8경기로 벌어졌다.
미뤄진 일정은 중위권 싸움에 한창인 롯데에 득이 될 것이라는 쪽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5할 승률만 꾸준히 유지한다면 다른 팀들이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추격을 넘어 역전까지 이어지는 발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들어 무패를 달리면서 상승세를 타던 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미뤄지는 선발 등판 일정과 실전을 치르지 못하면서 처지는 타격감은 롯데가 추진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뤄진 일정 역시 더블헤더 등 체력 소모가 큰 일정으로 소화하게 되면 결과적으론 팀 전력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8월을 승부처로 꼽았던 롯데에게 거듭되는 일정 연기는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까.
롯데는 NC전부터 2주간 키움(14~16일·사직)-두산(18~19일·사직, 20~21일·잠실)-삼성(22~23일·대구)을 차례로 만난다. 선두 자리를 넘보는 키움을 비롯해 상위권인 두산과 홈-원정을 오가는 사실상의 4연전을 거쳐 올 시즌 상대전적 열세(3승6패)인 삼성과 잇달아 만나는 일정은 롯데의 부담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꼬인 일정 속에 처진 감각이 이런 일정에서 원하는 승수 달성과 멀어지는 결과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부상 위험 역시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당초 9월로 예정됐던 더블헤더 편성 재개가 오는 25일로 앞당겨진 것도 부담이다.
결국 롯데 선수단이 미뤄진 일정 속에서 감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올 초부터 선수 개개인의 루틴 정립을 통한 컨디션 관리법에 심혈을 기울였다. 2월 스프링캠프부터 6개월이 흐른 현시점에선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런 의도에 걸맞은 루틴을 확립했다고 보고 있다. 우천 순연으로 감각 유지가 쉽지 않은 최근의 일정은 롯데의 준비 효과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쉬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는데, 계속 비가 내리면서 아쉬운 감도 있다. 하늘의 뜻인 듯 하다. 순리대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편성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더블헤더 일정을 앞당겨 치르는 부분이) 안해왔던 부분인데, 그런 것들이 부상으로 연결되는 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여러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허 감독은 '자신감'을 노래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엿보인다. 상위권 팀들과 맞붙어 승리를 거두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