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비대면 방식'이다.
재택근무나 화상회의 같은 공식적인 업무에서부터 배달 음식을 수령하는 일상 속 작은 습관까지, 이제 비대면 방식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병문안 문화만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정혜민 교수는 "국내 병원들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지난 몇 년간 병동 입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했다. 보호자 출입증을 발급도 하고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등 면회객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왔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부분의 병원이 보호자 1인 외 병문안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실에서는 몇 겹의 방어선을 뚫고 환자를 찾아온 방문객들과 이를 제지하는 직원 간의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가까운 사람이 입원했을 때 병실로 찾아가는 것을 일종의 예의나 의무로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병문안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지인의 방문은 외롭고 힘든 병원 생활에 일종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 가지의 장점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매우 크고 또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주장한 가장 큰 위험은 감염이다.
이는 환자와 방문객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
병실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을수록 병원 내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한 방문객의 피부에 상재하는 균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병원 내 다제내성균(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균)에 방문객이 노출되었을 때도 심각한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병원균을 가진 환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에 노출될 확률도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다인실의 경우 얇은 커튼 한 장으로 병상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목소리도 옆 환자에게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이 다음날 수술을 위해 금식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며 "병색이 짙은 모습을 보이기 싫은데도 무작정 찾아온 지인을 응대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환자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니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꼭 직접 방문해서 손을 잡아주고 음료를 건네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2020년, 대한민국의 IT 기술은 놀라운 수준이다. 전화, 문자, 화상통화 등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생활 방역의 마지막 수칙인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전할 수 있는 비대면 병문안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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