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안개로 울었던 제주와 부천, 태풍은 이겨낼 수 있을까.
제주 유나이티드와 부천FC는 지난달 1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0 10라운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 긴급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서귀포 지역과 경기장 전체를 뒤덮은 안개 때문이었다. 50m 앞 상황도 분간하기 힘든 조건에서 프로 축구 경기를 진행하기는 무리였다. 안개로 인한 경기 취소는 K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음날 경기를 치르면 좋았겠지만, 며칠 후 있을 제주의 FA컵 일정으로 인해 양팀 경기는 추후 편성하기로 합의가 됐다. 부천은 경기를 하지도 못하고 먼 제주를 오가며 힘을 낭비했다.
그 때 연기된 경기가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열린다. 그런데 또 위기다. 이번에는 태풍이다.
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다. 문제는 바비가 사람이 서있기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을 동반하는 대형 태풍이라는 점. 예보상 바비는 25일밤부터 제주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26일 오후 서귀포 서쪽 약 110km 지점에 상륙할 예정이다. 하필 경기가 있을 오후 7시30분에 제주도 전체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다는 게 문제다.
축구는 웬만한 비에는 끄떡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태풍은 다르다. 바람이 동반되면 정상적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안전 문제도 생긴다. 경기장 시설물들이 강한 바람에 파손될 위험이 있다. 이미 제주월드컵경기장은 태풍으로 인해 지붕이 파손되는 아픈 경험이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경기가 연기된 사례도 최근 두 차례 있었다. 2018년 8월22일 K리그1 제주-수원 삼성전이 강풍과 경기장 지붕 파괴 이유로 연기됐었고, 지난해 9월22일 울산 현대-강원FC전과 경남FC-전북 현대전도 태풍으로 인해 치르지 못했었다.
만약 이번에도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면, 부천은 또 허탕을 칠 수밖에 없다. 제주는 이번주 안산 그리너스-부천-안양FC로 이어지는 홈 3연전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말 안양전이 있기에 부천전은 또 다시 추후 편성으로 밀려야 한다. 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부천이라고 하지만, 교통비와 체류비가 상당한 제주 원정을 두 번이나 치르지 못하고 추후 또 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제주도 아쉽다. 주말-주말 경기 사이 주중 경기가 들어가는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홈에서 계속 치를 수 있는 일정을 받아든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동거리가 긴 제주는 원정을 다녀오는 데 드는 피로감이 다른 팀의 몇 배다. 하지만 다시 홈 3연전과 같은 일정을 받아들 수 있을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자신들의 경기 일정, 그리고 부천의 스케줄까지 고려해 새 날짜를 잡아야 한다.
양팀에게도, 국민들에게도 가장 좋은 건 태풍이 급격하게 소멸되거나 세력이 약해지는 것 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