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인 방역 수위를 3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은행권도 재택·분산근무 비중을 추가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창구 대면 업무가 불가피한 일선 영업점의 경우, 3단계가 되더라도 운영을 계속할 계획이다. 은행 영업점은 다중이용시설이지만, '필수산업시설'에 해당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 본점 인력의 재택·분산근무 비중을 40%로 늘릴 예정이다. 수도권 등에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본점 인력은 대체로 30% 수준에서 재택·분산근무를 시행 중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재택근무, 대체사업장 출근 등을 비롯한 분산근무율을 현재 본점 인원의 최소 30% 수준으로 운영 중이나,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이 비율을 최소 40%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담은 '비상대응계획'을 업데이트 중이다. 또, 대체사업장 근무자가 본점으로 복귀할 경우 1주일 이상의 재택근무 등을 거치도록 '권고'하던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거리두기 3단계 상향 시 현재 30%인 본점 직원의 재택 등 분산근무 비율을 40%로 올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방역 가이드 3단계'를 선제적으로 운영 중으로 본부 부서별로 재택근무와 이원화 근무 인원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재택근무 비중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이미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해서 본부 인원의 40%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7일부터 한 주간 본부 인원의 50%를 재택 등 분산근무를 하도록 했으며, 상황을 봐가며 기한 연장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본점에서 동일 건물 내 층간 이동과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대면회의나 행사, 회식, 모임도 금지하는 등 철저한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직원들에게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해 그 결과를 전산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은행은 일선 영업점의 경우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더라도 직원들이 개인 방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 뿐 근무 인원 조정, 근무 형태 변경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모두 "은행 영업점의 경우 3단계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대책으로 시중은행의 일선 영업점은 창구마다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고, 입구에서 방문 고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토록 안내하며, 자동입출금기(ATM)를 수시로 소독하는 것이 전부다. 유일하게 달라진 부분은 수도권 은행들이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이달 28일까지 근무 시간을 일괄 1시간 단축해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오픈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 까지로 1시간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은 필수산업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한다고 해서 문을 닫을 수가 없다"며, "은행들마다 하루에 최소 1개 이상의 지점이 직원이나 고객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점했다가 이틀 뒤 다시 문을 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영업점은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어렵기 때문에 3단계로 가더라도 지금처럼 직원들이 교대로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는 것 외에 추가 조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이나 직원 확진으로 영업점이 폐쇄됐다 재오픈하는 경우, 해당 지점 직원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간 기간 동안 주변 지점에서 차출된 대체 인력들이 창구를 지키며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거리두기 3단계 격상시 창구 인원 조정이나, 영업점 출입 고객 인원 제한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영업점 직원에 대해서도 재택근무를 도입해 영업점에 출퇴근하는 인원수를 일부 줄였다.
그러나 100% 대면으로 진행되는 영업점 업무 특성상 재택하는 직원은 정상적인 업무 소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지점 셧다운 등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 인력을 빼놓는 차원에 그칠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영업점 직원에 대해서도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은행은 재택하는 직원들에게 업무와 연관된 사이버 연수 등 대체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3단계 이후에도 확산세가 빨라지면 거점 영업지점만 남기고 주변 몇개 지점은 문을 닫는 식으로 운영하거나, 창구 인원을 줄일 가능성은 있다"면서, "여기에 출입 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이 추가 적용될 경우 고객 불편 가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우려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