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안경 에이스'라는 말에 담긴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부담보다는 영광이라 생각한다."
올해야말로 부산을 대표하는 '안경 에이스'의 부활을 노래할 때다. 2021시즌을 준비하는 박세웅(26)의 속내는 남다르다.
겨우내 동생 박세진(KT 위즈)과 함께 본가가 있는 대구에서 웨이트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주로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박세웅은 "최선을 다해 몸을 만들었다. 올해는 기대에 부응할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박세웅의 성적은 8승10패 평균자책점 4.70.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팔꿈치 부상을 떨쳐낸 한 해다. 유독 국내 투수들이 부진했던 시즌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선발은 박세웅 외에 최채흥(삼성 라이온즈) 문승원 박종훈(이상 SSG야구단) 양현종(KIA 타이거즈) 임찬규(LG 트윈스) 등 6명 뿐이었다. 이중 최소 볼넷은 2위(1위 문승원)였다. 그는 "라이벌들을 살필 정신이 없었다. 야구하기 바쁜 한 해였다"며 웃었다.
특히 여름에는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7~9월 15경기에 등판, 6승3패 평균자책점 3.35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10월에는 난조에 빠졌다. 에이스의 부진 속 롯데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아픔을 맛봤다.
"3년만에 규정이닝(144이닝) 이상을 던졌다는게 중요하다. 항상 안고 던지던 통증이 사라지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토종 1선발로서, 선발투수로서 좀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체력 문제는 전혀 없었다. 시즌 막판에는 내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박세웅에 대한 허문회 감독의 신뢰는 여전하다. 허 감독은 "토종 선발로는 일단 박세웅이 있고, 댄 스트레일리와 앤더슨 프랑코가 잘 해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며 웃었다. 박세웅은 "작년부터 스트레일리에게 슬라이더를 배우고, 커브를 가르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다른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박세웅의 승부구는 포크볼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포크볼 대신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혹시 팔꿈치를 의식했던 건 아닐까. 박세웅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롯데에 왔을 때 강민호(삼성) 선배나 이용훈 코치님과 의논 하에 포크볼을 결정구로 정했고, 좋은 결과를 냈다. 그런데 작년에는 포크볼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신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결과가 나쁘진 않더라. 하지만 올해는 다시 포크볼에 공을 들일 생각이다. 내 최후의 결정구는 역시 포크볼이다."
박세웅에겐 최동원과 염종석의 뒤를 잇는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이 있다. 가을야구를 넘어 19년간 닿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어주길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호칭이다. 박세웅은 "올시즌엔 꼭 가을야구로 팬들의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팬들의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나. 올해는 '롯데 에이스'라는 말을 듣고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내고 싶다. 두자릿수 승수,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게 목표다. 2017년(12승 평균자책점 3.68) 같은 좋은 시즌을 또한번 만들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