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1부에서 오래 버텨야 한다.'
부산 아이파크의 이번 겨울 행보가 예전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과거 2부리그에 있을 땐 1부리그로 당장 승격하는데 조급했다면 이번에는 길게 보고 가는 분위기다. 소띠 해에 자주 언급되는 '우보만리(소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만리를 간다)'의 교훈을 보는 듯하다.
부산 관계자는 "4년간 2부리그에서 승격에 도전하는 과정, 작년에 1부리그로 승격했다가 다시 강등되는 과정을 되짚어 본 결과 반성할 점이 많았다. 이제 새로운 마인드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포르투갈 출신의 젊은 사령탑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45)을 영입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당초 부산이 새 감독을 물색할 때만 해도 주변서는 당장 승격시킬 수 있는 '베테랑', '기술자'를 영입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유럽에서 젊은 선수 육성에 집중했던 페레즈 감독을 선임했다. 이후 젊은 선수 중심으로 새판짜기를 진행하면서 선수단 전체 평균 나이가 20대 초·중반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정협 이동준 김문환 등 핵심 선수가 줄줄이 떠날 때도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언젠가 겪을 일이었다'는 듯 이탈로 구멍난 포지션은 새로운 젊은 자원으로 키워나가면 된다는 반응이었다.
K리그에서 이례적으로 전력강화실장과 유스팀 코칭스태프를 공개 채용을 통해 모집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채용된 김현수 U-18 유스팀(개성고) 감독(48)은 무려 70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그는 현풍고에서 지도자를 시작해 대구FC, 경남FC, 천안시청, 상주 코치를 거쳐 서울이랜드 감독을 역임했다. 프로팀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 유스팀에서 다시 출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실 구단은 이른바 '큰물'에서 놀던 김 감독이 유스팀에서 오래 못버티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하지만 면접을 본 페레즈 감독은 젊은 유망주를 지도하겠다는 열정과 포부를 확인한 뒤 "김 감독이 최고 적임자"라며 강력 추천했단다.
김 감독은 프로 출신이어서 유스팀과의 연계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유스팀에서 막연히 진학률·취업률 높이는 관행에서 벗어나 프로팀에 맞는 선수로 키워가는데 초점을 두기로 한 것.
이처럼 부산이 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중·장기 플랜으로 재승격을 노리기 위해서다. 작년처럼 1부리그에 올라갔다가 곧바로 강등되는 게 아니라 1부리그에서 오래 버티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준비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
부산 구단은 "향후 1∼2년은 승격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밑에서부터 소리 소문없이, 단단하게 만들어서 1부리그 안정팀으로 거듭나는 미래를 추구한다"면서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팬들께 욕도 많이 먹겠지만 재밌게 축구하는 팀으로 보답하겠으니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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