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가 필요로 하는 장타력은) 내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는 자신감에 넘쳤다. 팀 타율(2할4푼5리), 팀 OPS(출루율+장타율·0.658), 팀 홈런(79홈런) 모두 꼴찌였던 한화의 아픔을 털어내겠다고 큰소리쳤다.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는 스프링캠프의 호언장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힐리는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때마다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나아가고 있다. 캠프 첫 턴부터 타격 훈련 때 잇달아 장쾌한 아치를 그리면서 한화 선수단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물 흐르듯 매끄러운 스윙으로 공을 정확하게 맞출 때마다 타구는 담장 바깥으로 향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일찌감치 "힐리는 4번 타자"라고 공언할 정도다.
힐리는 빅리그에서 검증된 타자. 메이저리그 통산 69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다나카 마사히로, 오타니 쇼헤이 등 아시아 정상급 투수로 평가받는 선수들을 잇달아 공략한 바 있다. 2017~2018시즌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두 시즌 연속 20홈런을 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 커팅율이 MLB 평균(82%)보다 높은 86%였다. 배럴 타구(타율 5할,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잘맞은 타구) 비율 역시 7.9%, 평균 타구 속도는 143.3㎞로 각각 MLB 평균(6.4%, 약 142㎞)보다 높았다. 단순히 장타만 노리는 게 아니라 공인구 반발력 조정 뒤 KBO리그 타자들의 숙제가 된 '강한 타구 생산'에도 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화 타자들도 이런 힐리의 타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지난해 팀 내 유일한 두 자릿수 홈런 타자였던 내야수 노시환은 "거포다보니 (공을) 세게 칠 줄 알았는데, 간결한 스윙을 하더라.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많이 보고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힐리는 일찌감치 4번 타자 역할이 주어진 데 만족하는 눈치. 그는 "커리어 내내 여러 포지션을 맡았다. 감독님이 하나의 타순, 포지션으로 정해주는 부분이 루틴, 생활, 멘탈적으로 편안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4번 타자 역할을 두고는 "그게 내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다. 그동안 보여준 부분이 있었기에 한국에 올 수 있었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 주고 베테랑과 조화 이루며 잘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목표를 두고도 "수치적인 부분에서 잡은 목표는 없다. 그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기고, 팀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나가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한화의 반등을 위해선 타선 부활이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신념'을 강조하며 반등을 준비하는 한화 타선은 힐리와 함께 만들어 갈 성공시대를 꿈꾸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