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가 2주 간의 거제 생활을 마무리한다.
지난 1일부터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 1차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한화는 14일 일정을 마치고 안방인 대전으로 이동한다. 대전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한화 선수단은 16일부터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거제 캠프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1차 캠프에 참가한 41명의 선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대화를 나누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투수-야수를 각각 5명씩 나눠 오전-오후조로 분리해 훈련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오가는 동안 7시간 넘게 야구장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여느 외국인 지도자들이 보여온 '여유'와는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빅리그 코치 시절 '전공'이었던 주루플레이를 지도하는 과정에선 직접 몸을 날리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철학인 '신념'과 '실패할 자유'를 설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수베로 감독의 열정에도 한화가 쉽게 바뀔지는 미지수였다. 지난해 최하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전력과 큰 차이가 없었다. 투-타에서 '경쟁력'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처진 전력과 선수단의 분위기가 단기간 내에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거제에서 보낸 2주 동안 한화 선수들은 웃음과 여유를 되찾았다. 수베로 감독 및 코치진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농담을 주고 받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캠프 중반 시점부터는 선수들끼리 엑스트라 훈련을 계획해 그라운드에 구슬땀을 흘리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 역시 직접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이런 선수들의 자세를 응원하는 데 앞장섰다. 13일 수베로 감독의 배팅볼을 잇달아 걷어 올리며 '손맛'을 본 이성열은 "감독님이 정말 치기 좋게 공을 던져주신다. 만약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우리 팀 선수가 출전하면 감독님이 공을 던져주시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올 초만 해도 한화를 둘러싼 분위기는 잿빛이었다. 지난 시즌 추락 뒤 베테랑 선수-코치진이 대거 팀을 떠났고, 새판이 짜여졌다. 외부 전력 보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컸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첫 발을 내디딘 뒤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는 반전을 넘어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만들 정도로 뜨거운 모습이다. 눈물 속에 날개를 접었던 독수리군단은 거제도에서 보낸 2주 동안 비상을 위한 힘을 얻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