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년 계약'의 의미는 무엇일까.
두산 베어스는 FA 유희관과 16일 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했다. 보장 연봉은 3억원이고, 나머지 7억원은 인센티브다. 유희관이 올 시즌 거둘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 요건 충족 여부가 결정된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1군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 최대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1년 계약은 두산과 유희관이 어렵게 찾은 접점이다. 양 측은 오랜 기간 협상을 진행해왔다. 물론 두산은 무려 7명의 주전 선수들(허경민 정수빈 오재일 최주환 김재호 유희관 이용찬)이 한꺼번에 FA를 신청하면서, 순차대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특수 상황이 존재하긴 했다. 그러나 유희관의 에이전트가 두산 내 또 다른 선수들의 협상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어도 꾸준히 교감을 나눠왔다.
1년 계약은 예상 밖 내용이다. 유희관의 나이와 최근 베테랑 FA 선수들의 계약 추이를 감안했을 때, 3~4년 장기 계약은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2년 혹은 1+1년 같은 식의 계약을 제안하지 않을까 하는 게 유희관 협상을 둘러싼 예측이었다. 두산과 유희관도 처음에는 다년 계약을 골자로 대화를 나눴지만 최종적으로 찾은 결론이 바로 1년 계약이었다.
과정은 다르지만, 지난해 김태균의 FA 계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태균은 한화 이글스와 FA 협상을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1년 총액 10억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5억원과 연봉 5억원으로 김태균의 경우에는 인센티브 없이 10억원이 보장 금액이었다. 다만, 김태균의 경우 스스로 1년 계약을 희망했다. 단년 계약을 맺어 한 시즌을 보낸 후 다시 재평가를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물론 김태균은 지난해말 은퇴를 결심했고, 구단과 논의 후 현역 생활을 끝냈지만 FA 계약의 형태는 유희관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 베테랑 선수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선택이다. 최근 FA 시장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30대 중후반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구단들이 다년 계약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금액 조정만큼이나 쉽지 않은 게 바로 계약 기간 조율이다. 유희관도 현실을 받아들이되 1년 후 승부수를 택했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인센티브 획득은 물론이고, 내년 재계약 대상자로 연봉 협상도 올해 FA 협상에서의 제시안보다 더 높게 대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탈출구가 될 수 있는 선택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