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프로스포츠가 '학폭(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로배구에서 시작된 이번 '학폭' 사태는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로 번졌고, 프로농구도 속앓이 중이다.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은 "언제 터질 지 모르고 해체 방법도 없는 시한폭탄을 수십개 안고 있는 것 같다"며 답답한 속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배구 야구에 이어 축구계에서도 또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국가대표를 지낸 프로 축구선수가 초등학교 시절 후배 선수를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주장과 폭로가 터졌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현)가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박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의심 가해자 A선수는 수도권 명문구단의 국가대표 출신 스타 플레이어이며, 짧은 기간 프로 선수로 뛴 바 있는 B씨는 현재 광주지역 모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일하고 있다. A선수와 B씨는 친구 사이다. C씨는 약 8년간 프로축구 선수로 활약했고 몇 년 전 은퇴, D씨는 한국을 떠났다가 최근 귀국해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 당시 초등 5학년이었던 C씨와 D씨는 1년 선배인 A선수와 B씨가 축구부 합숙소에서 자신들의 성기를 수십여 차례 빨라는 강요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20여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도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소송을 통해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C씨와 D씨의 주장이 날짜까지 특정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어서 사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A선수와 B씨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C씨와 D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당시 A선수와 B선수가 미성년자였고 또 공소시효도 지나 형사 및 민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한다.
지금까지 터진 학폭 사건은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부 과거의 일이다. 가해자는 유명 프로 선수들이고, 피해자는 과거 선수였지만 현재는 일반인이 다수다. 과거 학교 운동부라는 특수 상황에서 폭력과 괴롭힘이 있었다. 공소시효 등으로 현재 법적 소송으로 가 잘잘못과 처벌을 따져 묻기도 간단치 않다. 실망한 팬들은 가해자들을 향해 비난하며 손가락질한다. 피해자들은 마음의 상처를 지금까지 갖고 살아간다. 가해자들의 해당 구단은 유무형의 피해가 크다. 또 매뉴얼도 없어 난감한 사태 수습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해당 프로단체들도 전전긍긍한다. 청와대가 지켜보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대책 수습 마련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신박한 대안이 없고 또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몰라 노심초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으로 과거 학폭이 미래 프로선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이번에 터지지 않아도 계속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미래에도 재발될 수 있다"면서 "지금 학교체육 현장에 대한 깊이있는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그건 문체부 혼자로는 안 된다. 교육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학교 체육은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등한시 되고 있다. 소수 엘리트 선수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고, 일반 학생들은 거의 운동과 담을 쌓고 진학에 중요한 과목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모든 게 진학에 맞춰진 결과다. 초중고대 운동부에서 합숙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성적 지상주의는 여전하다.
한 원로 축구인은 "팀 성적으로 선수들의 진학이 크게 좌우되는 현 평가 시스템으로는 학폭, 승부 조작 등 여러 부조리를 차단하기 어렵다"면서 "선수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 바꿔가야 한다. 그래야만 현장 지도자들의 성적 부담과 학부모의 개입도 준다. 이 연결 고리가 끊어져야 선수간, 선수와 감독의 폭력 고리 등 학교 체육에 뿌리내린 부정 행위들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