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거포 변신 선언? 사령탑은 껄껄 웃었다.
두산 베어스 페르난데스는 올해로 KBO리그에서 세번째 시즌을 맞는다. 지난 2시즌동안 한국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2년 연속 리그 최다 안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안타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타격 재능을 발휘했고, 팀도 페르난데스의 활약과 더불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안타왕'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지만 올해 페르난데스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전망이다. 두산은 오재일과 최주환의 이적으로 기존 중심 타선 가운데 3,5번 타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수비 공백은 대체 선수들이 채울 수 있지만, 공격력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페르난데스도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그동안 페르난데스가 찾은 최적의 타순은 2번이었다. '강한 2번' 답게 그는 중심 타선에 배치됐을 때보다, 2번 타순에서 안타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최대한 많은 출루 기회를 만들어내는 타자였다. 물론 지나치게 공격적인 편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그가 이룬 성과가 있기 때문에 역할은 200% 해냈다.
페르난데스도 자신의 임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인터뷰에서 "올해도 20홈런 이상을 치고 싶다"고 선언했다. 장타에 대한 의식을 하고있다는 뜻이다. 페르난데스는 첫 시즌이었던 2019년 15홈런을 쳤고, 지난해에는 약속대로 20홈런을 넘겨 21개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해도 파워에 중점을 두고 최소 20개 이상의 홈런을 만들어내는 중심 타자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중심 타순에 배치한다고 해서 장타를 늘리라고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그냥 하던대로 편하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안타나 살아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본인 페이스대로 해야 한다"면서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 스스로 장타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으면 그때 이야기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수비에 대한 역할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페르난데스가 온전히 타격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주 포지션이 지명타자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1루 자리에 공백이 있기 때문에 페르난데스가 상황에 따라 1루 수비를 더 자주 소화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작년에도 1루 수비를 생각보다 잘했다. 될 수 있으면 1루를 안보게 하겠지만, 가능하면 해야한다"고 했다.
울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