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항구 더비에 유통 라이벌, 여기에 추신수까지 더해졌다. 개막전에서 신세계 야구단과 맞붙는 롯데 자이언츠로선 부담이 한층 커졌
다.
신세계는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의욕이 넘치는 팀이다. 지난 1월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프로야구에 뛰어든 신세계는 23일에는 '순수 메이저리그 혈통' 추신수까지 영입하며 2021시즌 개막을 앞둔 인천 분위기를 달궜다.
마침 개막전도 홈에서 열린다. 그 상대가 때마침 롯데다.
두 팀은 '항구 도시', '구도(球都)의 자존심'을 다투는 라이벌 관계다. 신세계가 인천에 입성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 더비'의 구도까지 생겼다.
여기에 추신수를 사이에 둔 미묘한 관계가 더해졌다. 추신수는 과거 "선수생활 마지막에는 고향팀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롯데팬들 역시 '부산의 아들' 추신수를 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친구인 '부산의 심장' 이대호와 함께 중심타선에서 말년을 불사르는 그림도 보기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2007년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국내 복귀시 SK 와이번스에서 뛰기로 결정된 상황. 롯데 측은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SK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며 추신수의 한국행을 조용히 기다렸다. 송승준 채태인 김선우 등과 달리 추신수는 당시만 해도 큰 의미없는 지명으로 여겨졌지만, 14년만에 현실이 됐다.
추신수의 신세계 행을 바라보는 롯데의 시선은 축하와 더불어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송승준은 2007년 롯데 이단 이래 14년 통산 338경기(선발 280) 1645이닝 109승 85패를 기록하며 팀의 기둥이자 정신적 지주로 활약했다. 올시즌에도 현역 최고령 선수로 뛴다. 롯데로선 추신수를 영입할 명분이 없었다. 롯데 구단 고위 관계자도 "추신수는 오래 전부터 SK 선수였다. 우린 송승준이 오랫동안 잘해줬다"며 웃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16년간 21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23을 기록한 만큼 향후 2~3년간 KBO리그에서는 거포로 활약할 전망이다.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와의 맞대결도 기대된다.
롯데와 신세계의 2021시즌 개막전은 오는 4월 3일 문학에서 열린다. 이래저래 KBO리그와 팬 모두의 주목을 받을 경기다. 롯데는 '잔칫집' 분위기에 눌리지 않고 찬물을 뿌릴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