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들만의 '케 세라 세라(될 대로 되라)'다. 홍상수 감독이 연인이자 뮤즈인 김민희와 함께 세 번째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손에 쥐었지만 여전희 두 사람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5일(현지시각) 신작 '인트로덕션'(영화제작전원사 제작)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으로 진행, 수상 결과 역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고 수상자들은 미리 준비된 영상을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홍상수 감독과 베를린영화제의 인연은 남다르다.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밤과 낮'(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13) '밤의 해변에서 혼자'(17) '도망친 여자'(20) 등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고 특히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주연인 김민희에게 은곰상(여우주연상)을, '도망친 여자'로 홍상수 감독은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신작 '인트로덕션'으로 다섯 번째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자 세 번째 은곰상 수상, 그리고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
앞서 '인트로덕션'은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장편 영화이자 연인이자 뮤즈인 김민희와 8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지난달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식과 함께 국내에 알려졌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15)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 기혼자인 홍상수 감독과 6년째 불완전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고 국내에서 두문분출하며 비밀리에 작품을 만들어 해외영화제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인트로덕션'은 김민희가 영화 출연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매니저'로 이름을 올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민희는 제작 전반과 운영을 담당하며 홍상수 감독의 작업을 적극 지지했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홍상수 감독의 '인트로덕션'을 은곰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효율적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것을 넘어, 이 각본은 행위와 행위 사이 생기는 찰나의 여백을, 순식간에 인간의 삶 속에 숨은 진실이 갑작스레 밝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나간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은 '인트로덕션' 수상 발표 이후 영문으로 작성한 글을 화면에 공개, 육성으로 소감을 읽는 수상 소감을 전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직접 영상에 등장해 감격의 소감을 전한 다른 수상자들과 다른 행보였다.
홍상수 감독은 "수상 소감을 듣고 놀랐고 행복했다. 영화를 봐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심사위원들의 평을 읽고 기뻤다. 베를린영화제에 감사를 표한다. 오래전 김민희와 함께 집 주위 산책을 하다 작은 달팽이를 발견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이 작은 달팽이를 선물로 전하고 싶다"며 달팽이가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을 덧붙여 공개했다.
무엇보다 홍상수 감독이 선물로 보낸 이 달팽이 영상에는 도리스 데이의 '케 세라 세라'를 부르는 김민희의 음성이 배경음으로 깔려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케 세라 세라'는 '될 대로 되라'라는 긍정의 의미를 담은 곡이다.
이렇듯 매 순간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국내 영화계에 전한 전무후무한 수상 낭보에도 대중은 여전히 두 사람에게 냉담한 반응이다. 그들만의 '케 세라 세라'를 받아들이기엔 '불륜'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인트로덕션'은 세 개의 단락을 통해서 청년 영호(신석호)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석호, 박미소, 김영호, 예지원, 기주봉, 서영화, 김민희, 조윤희 등이 출연했고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의 홍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