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일 A대표팀 친선경기에 나설 명단을 발표하는 현장. 뭐니뭐니 해도 최대 관심사는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발탁여부였다. 15일 새벽 아스널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터. 소속팀 감독 주제 무리뉴도 경기 후 "언제 복귀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25일 오전 10시30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이 나눠준 명단에는 손흥민의 이름이 버젓이 적혀있었다. 벤투 감독은 왜 손흥민을 발탁했을까? 그 외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포인트도 짚어봤다.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손흥민도 '일단' 발탁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소집명단 24인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아스널전에서 부상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부상 정도에 따라 명단에서 제외할지, 포함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축구협회와 토트넘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부상 경과가 밝혀지지 않아 '일단' 손흥민을 명단에 넣었다는 설명이다.
벤투 감독은 오는 6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 선수를 직접 체크할 기회인 만큼 "최상의 멤버로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고 싶고, 그러기 위해" 손흥민 등 정예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2019년 6월 국내 친선전 당시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일정을 소화한 손흥민을 '혹사 논란'을 딛고 발탁한 바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실제 소집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단순한 타박상을 입은 게 아니라 전력질주를 하다 허벅지 통증을 느껴 자리에 주저앉았다. 햄스트링 회복에는 보통 2~4주가 걸린다. 아무리 빨리 복귀해도 소집일인 22일을 맞추기 쉽지 않다.
누구보다 벤투 감독 본인도 소집 불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황의조(보르도) 이재성(홀슈타인 킬) 김민재(베이징 궈안) 등 부득이 이번 친선전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손흥민 황희찬(라이프치히)까지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황희찬 변수'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 황희찬의 합류도 불투명하다. 협회는 '소속팀과 주정부 사이에서 선수 목적지 및 여정표 확인 후 격리 면제에 대한 부분을 논의 중이다. 격리 면제가 안 될 경우 황희찬을 제외하고 23인만 소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케이스다. 대표팀은 25일(시간미정)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친선전을 치른 뒤 26일 오후 귀국해 27일부터 4월 2일까지 파주 축구대표팀 훈련센터(NFC)에서 코호트 격리 및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이프치히는 황희찬이 격리 없이 빠르게 소속팀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눈치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제외 가능성을 고려해 평소보다 더 많은 숫자의 측면 공격수를 발탁했다. 손흥민 황희찬이 빠져도 측면 공격수가 주포지션인 자원이 나상호 조영욱(이상 FC 서울) 이동준(울산 현대) 엄원상(광주 FC)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5명이 남는다. 벤투 감독은 그 중 최초 발탁한 정우영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 챔피언 전북 발탁 無…울산 '6명'
코로나, 부상, 소속팀 사정 등으로 인해 제외된 선수들로 베스트 일레븐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결장자가 많다. 그런 와중에 벤투 감독은 24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을 국내파로 채웠다. 한때 'FC 국가대표'로 불린 전북 현대 소속은 놀랍게도 한 명도 없었다. 손준호(산둥 루넝) 김진수가 빠진 여파다. 반면 전북의 우승 라이벌 울산 소속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현우 원두재 김태환 홍 철 윤빛가람 이동준이 발탁됐다. FC 서울 소속이 3명, 수원 FC 소속이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벤투 감독은 울산 소속선수를 6명이나 뽑은 이유에 대해 "관찰하는 선수 중 전북 선수들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이 명단에 우리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구회관=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