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호러라는 장르를 빌려 학폭과 왕따 문제를 꼬집는 영화 '최면',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까.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 '최면'(최재훈 감독, ㈜더프라이데이픽처스 제작).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최재훈 감독, 이다윗, 베리굿 조현, 김도훈, 손병호가 참석했다.
2021년 첫번째 한국 공포 영화인 '최면'은 스타일리시한 액션 사극 '검객'을 연출했던 최재훈 감독의 신작이다. '최면'은 의도적으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최면을 경험하게 된 주인공들이 이후 생활 속의 사소한 소리와 반복적 행동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라이터나 볼펜을 달칵거리는 소리나, 차량 헤드라이트의 불빛 등 주변의 아주 일상적인 소재가 불안감과 공포감을 자극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며 눈길을 끈다.
특히 '최면'은 최면이라는 소재를 통해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를 다루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학교 폭력을 당했나는 피해자는 넘쳐나지만 가해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으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잊고 있던 죄의식에 대해 다뤄내는 '최면'은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것으로 보인다. 젊은 배우들의 연기 조합도 신선하다. 영화 '사바하' '스윙키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여왔던 이다윗은 대학생 도현으로 분해 밀도 높은 심리 연기를 선보이며 신예 김도훈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전직 권투선수 병준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기에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베리굿 조현의 어색한 연기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괴롭힘을 당하는 현직 아이돌 현정 역을 맡았다. 여기에 베테랑 연기파 배우 손병호와 서이숙이 대학교수로 분해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날 최재훈 감독은 "이맘때 처음 촬영을 했는데 예산과 시간이 부족한 영화였다. 게다가 코로나가 극성일 때 촬영을 했는데, 후반 촬영할 때보니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그 부족함을 많이 채워준 것 같다. 영화의 크기와 상관없이 스태프와 배우들이 잘 채워준 것 같다"며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의 인사에 이어 주연 배우들은 극중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도현 역의 이다윗은 "도현이라는 인물은 생각이 많고 생각 끝에 판단을 딱딱 해서 행동하고 친구들을 중재하고 이끄는 친구다. 겉으로는 착한 모습이 있지만 그 착한 모습에 쎄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걸그룹 베리굿 멤버인 조현은 극중 아이돌 현정을 연기했다. 그는 "현정은 아이돌이지만 화려한 모습들로 인해 질투와 시기를 받고 있는 친구다. 그런 와중에 친구들과 함께 이겨내려고 한다. 하지만 내면 속에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레퍼런스로 사용할 만한 공포영화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복싱선수 출신 병준 역을 맡은 김도훈은 "병준은 모든 행동에 거침이 없는 친구다. 여기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오늘 처음 영화를 보게 되서 긴장이 되고 설레기도 했다"며 "사실 제가 공포 영화를 보는 걸 무서워 한다. 감독님께서 공포 영화를 한번 찍으면 괜찮을거라고 했는데 찍고 나서도 무섭더라. 조마조마하면서 영화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젊은 배우들에 이어 극중 미스터리한 최교수 역을 맡은 손병호는 '최면'이 가진 몰입감에 대해 감탄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한 시간 반 넘게 영화를 본다는 건 집중력이 없으면 안된다.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보게 됐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이 영화가 이런 공포를 어떻게 풀어낼까 염려했다. 그런데 미술 감독 출신 답게 이미지와 각도를 정말 잘 사용하신 것 같다. 정말 최면에 걸린 기분이었다"고 강조했다.최 감독과 배우들은 '최면'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최 감독은 "'최면'은 '검객'보다 먼저 썼던, 한 7년은 더 된 시나리오다. 그때도 학폭 문제는 계속 있었다. '최면' 개봉시기에 다시 학폭 이슈가 있어서 정말 이 이슈가 끊이질 않는구나 싶더라"라며 "최면을 소재로 했지만 죄의식에 대해서 이야고 싶었다. 아무생각없이 최면을 통해서 무섭게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남는게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당시에도 심각했던 학폭과 왕따 문제에 대해서 풀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다윗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끌렸던건 최면이라는 소재이지만 계속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죄의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과거의 기억이 스스로가 지운 것인지 남이 지운 것인지 알 수 없었는 상황인데, 나 또한 그런 적이 없다 뒤돌아보게 되더라"며 "아주 큰 일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아주 큰 피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도 과거에 내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상처를 줬을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기억을 왜곡 시켰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덧붙였다.조현 역시 "어떤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라며 "요새 학폭과 왕따가 많이 이슈가 됐는데 청소년 시절에 학교폭력은 절대 있어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이런 이슈가 많이 유감스럽다"고 말을 보탰다. "피해자는 기억하지만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 영화에서도 죄의식을 다룬다"고 입을 연 김도훈은 "우리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최면이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죄의식에 대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최면'은 최재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다윗, 조현, 김도훈, 남민우, 김남우, 손병호, 서이숙 등이 출연한다. 오는 2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스마일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