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 정도면 충분하다. 감독이 박수만 쳐주면 이기는 경기였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난 뒤 차상현 감독의 경기 평이다. 그만큼 일방적인 경기였다. GS칼텍스의 삼각편대가 한껏 날아오른 반면, 흥국생명은 '배구여제' 김연경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26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1차전. GS칼텍스로선 지난 11월 24일 KGC인삼공사 전 이후 122일만에 팬들과 만난 경기였다. 하지만 GS칼텍스 선수들에게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나온 흥국생명의 승리 플랜은 김연경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그만큼 공격에 전념시키는 것. 이를 위해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과 브루나의 대각선 배치를 또 한번 들고 나왔다. 김연경은 장신의 러츠와 문명화를 피해 블로킹 높이가 낮은 권민지-안혜진과 맞물려 돌아가는 포지션에 자리했다.
박 감독의 플랜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이 무너지면서, 김연경의 수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 지난 경기 김연경의 리시브는 단 4개. 하지만 이날은 무려 18개의 리시브를 받아야했다(리시브 효율 55.5%). 목적타 서브가 집중된 김미연의 리시브는 크게 흔들렸다(18.2%). 리베로 도수빈도 좋지 못했던 만큼(36.3%) 김연경이 아니었다면 더 크게 패했을지도 모를 경기다.
공격 세팅도 잘 되지 않았다. 작전타임에서 박 감독이 "좋은 쪽(김연경)이 있는데 왜 안 주냐"며 답답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59.1%. 하지만 13점밖에 따내지 못했다. 점유율이 김미연과 같은 22.9%였다. 김미연은 이날 공격 성공률 22.7%, 6점에 그쳤다.
리시브만 흔들면 라자레바 한 명에게 공격이 집중됐던 기업은행과 달리, GS칼텍스는 이소영(14점) 강소휘(11점) 러츠(24점)가 돌아가며 흥국생명 코트를 맹폭했다. 안혜진 역시 특유의 순발력을 살려 기민하게 공격을 배분했다. 고비 마다 해결사 역할을 맡은 러츠와 브루나(12점)의 기량 차이도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상대팀 컨디션이 워낙 좋아 따라가질 못했다. 차라리 김연경을 좀 아끼는게 맞는 경기다. 선수들이 다음에 더 잘해주길 바랄뿐"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차상현 감독은 "조금 쫄깃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긴장을 안하더라. 많이 성장했다. 이소영도 밸런스 문제가 있었는데, 똑똑하게 잘했다"며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장충=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