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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삼성 김지찬, 스위치타자 포기...얼마나 어렵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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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BO리그 최초의 스위치타자는 1988~1995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활약한 원원근이다. 이후로는 장원진 박종호 최기문 이종열 서동욱 황진수 등이 스위치타자 계보를 이었다. 외국인 타자 중에선 1999년과 2001년 올스타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호세, 그리고 지난해 정규리그 MVP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NC 다이노스 내야수 김주원, 두산 메어스 외야수 국해성, KT 외야수 조일로 알몬테,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문찬종 등 4명이 스위치타자로 등록됐다.

스위치타자의 장점은 좌우 투수에 대한 대응력을 모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이라고 해서 라인업에서 빠질 일이 없다. 그러나 양 타석에서 실력을 유지하려면 일반 타자들보다 훈련량이 배 이상 많아야 한다. 원래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상관없이 스위치타자로 완전히 변신하는데 3~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KBO리그에서 몇몇 타자들이 스위치타자 변신을 시도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롯데 안치홍은 2009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타율 2할3푼5리, 14홈런, 38타점, 53득점을 올리며 신인으로서 꽤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 해 시즌이 끝난 뒤 안치홍은 겨울 동안 스위치타자 변신을 선언했다. 당시 KIA 황병일 코치가 안치홍이 왼쪽 타석에서 파워가 좋다고 했고, 본인도 타율에 대한 아쉬움이 있던 터라 왼쪽 타석에 들어가 열심히 방망이를 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011년에도 변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좌타자인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은 지난해 7월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좌완 앤서니 케이를 상대로 우타석에서 들어가 중월 홈런을 터뜨리며 스위치타자 변신을 언급한 적이 있다. 감독과 코치도 도왔다. 하지만 그 직후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여의치 않자 한 달도 안돼 포기해 버렸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 양쪽 타석을 모두 쓰다 메이저리그에 오른 뒤로는 왼쪽만 쓰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좌타자 김지찬도 올해 스위치타자로 변신하려고 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 당장은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포기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28일 "올해 김지찬을 우타석에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허 감독은 "(변신을)멈춘 것이 아니고 보류상태라고 보면 된다"면서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간 플랜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김지찬 본인의 희망으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당장 시즌을 앞두고 체력 부담이 큰 터라 적응이 쉽지 않았다. 허 감독은 "지찬이가 재능이 뛰어나지만, 양 타석에서 편하게 친다는 게 훈련상으로 부담스러웠다. 본인의 욕심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지찬은 지난해 신인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135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254타수 59안타), 1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타격보다는 수비와 기동력이 눈에 띄었다. 그가 스위치타자로 변신하려고 한 건 좌투수 상대로 약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좌투수 타율이 1할7푼1리였다. 오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늘리고 오른쪽 타석에서 좌타석 만큼이나 많은 공을 때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고 체력 부담이 큰 시도라 일단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