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타석의 강백호가 땅에 떨어져 있던 강민호의 포수마스크를 공손하게 들어바쳤다.
강민호는 바로 건네 받지 않았다. 수비용 헬멧을 고쳐쓰며 강백호를 향해 강렬한 레이저빔을 쐈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 기어이 농담 섞인 핀잔을 건넸다.
강민호의 장난기. 강백호도 알고 있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은 채 슬금슬금 뒷걸음을 쳐 연습 스윙을 시작했다.
둘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상황은 이랬다.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6차전.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2사 1루에 강백호가 두번째 타석에 섰다. 1회 첫 타석 삼진을 만회하기 위해 잔뜩 별렀다. 초구부터 강백호 특유의 거침 없는 풀스윙이 돌았다.
하지만 낙차 큰 커브에 공은 배트 아래 부분에 맞았다. 드라이브가 걸린 타구가 포수 강민호의 왼쪽 허벅지 안쪽을 맞고 튀며 사타구니를 강하게 때렸다.
허리부상을 털고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쓴 지 이틀째. 남자로선 피하고 싶은 '험한' 상황 속에 그대로 노출된 강민호가 그라운드에 풀썩 쓰러졌다. 벤치에서 트레이너가 급히 달려왔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허리 아래쪽을 손으로 두드려 줄 뿐이었다.
한참을 누워 식은땀 나는 고통을 온 몸으로 견뎌내던 강민호.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가해자' 강백호가 떨어져 있던 포수 마스크를 들어 다소곳이 피해자에게 바쳤다. 거들떠도 안 보던 강민호는 눈을 흘기며 무언가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그 순간, 강백호가 빵 터졌다. 1루에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재일 마저 웃음보가 터졌다. 대체 둘 사이에는 무슨 대화가 오간걸까?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14년 대선배를 그라운드에 쓰러지게 한 미안함.
숨 막히는 고통도 위트 넘치는 장난으로 웃어 넘기게 한 강민호의 후배 배려가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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