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코뼈가 부러진 채 헤딩골을 넣던 기억이 제일 많이 난다. '후배지만 대단하다 진짜!'라고 생각했다. "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의 기억에 가장 또렷하게 남은 후배 '유비' 고 유상철 감독의 모습은 어떤 순간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한국 축구의 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투사'였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한일전 동점골, 19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전 동점골 등 유상철은 모두가 '이제 끝났다' 낙담할 때 보란 듯이 기적을 써내려간 선수였다. 특히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경기 프랑스에 0대5로 완패하고 '히딩크 경질론'이 파다하던 멕시코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채 필사적인 헤딩골로 2대1 승리를 이끌던 장면은 한국 축구사에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홍 감독은 7일 저녁, 울산 전지훈련을 위해 거제에 도착해 여장을 풀던 중 가장 먼저 유 감독의 부음을 접했다. "팀2002 멤버들이 매년 연말 모였지만 작년엔 코로나19로 인해 모이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작년 대표팀 A매치 때 운동장에서 본 게 마지막"이라고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건강하게 다닐 때였다. 최근에 좀 안좋아졌다는 사실을 병원을 통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오십인데, 앞으로 함께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갑작스러운 부음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유상철 감독과 함께 했고, 일본 가시와 레이솔에서도 황선홍 감독과 함께 코리안 삼총사로 한솥밥을 먹었다. 유상철은 어떤 축구인이었느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대한민국 축구선수로서 아주 강한 신체와 강한 정신력을 갖춘, 모든 지도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코뼈가 부러진 채 헤딩 결승골을 넣던 장면"이다. "후배지만 진짜 대단하다,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우리 둘다 내성적인 스타일이라 말도 별로 없고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게 있었다"며 후배 유상철과의 나날을 추억했다.
일본 J리그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던 추억도 털어놨다. "상철이가 우리 중 마지막으로 가시와 레이솔로 오면서 가시와가 큰 목표를 세웠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퇴장을 받고 4경기를 못뛰게 됐던 기억도 난다. 외국인선수니까, 우리끼리 위로하고 더 잘해보자 했었다. 상철이는 이후 요코하마 마리노스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고, '레전드'란 수식어가 충분할 만큼, 훌륭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유 감독은 전남, 대전, 인천 등 프로구단은 물론, 울산 레전드답게 2014~2017년 울산대 사령탑으로 일하며 재능 있는 후배들의 성장을 이끄는 일에도 열정을 다했다. '슛돌이' 이강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듯이 '울산 유스' 설영우의 멀티플레이 능력을 발견, 윙어에서 윙백으로 보직 변경을 이끈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홍 감독은 "유 감독은 대학축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현실과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지도자였다. 한국 축구에 대한 사명감도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한국 축구가 힘들 때마다 불사조처럼 살아나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줬던 유상철. 그렇게 강한 사람이라서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믿었다는 말에 홍 감독 역시 "우리도 모두 그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철이가 투병중일 때 2002년 멤버들끼리 모임도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정말 건강해졌더라. 몸이 나아지자마자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고 했다. 울산에서 9시즌을 뛰며 142경기 37골 6도움, 2번의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유 감독은 울산을 향한 '수구초심'도 가슴에 품고 있었다. 홍 감독은 "내가 울산에 오게 됐을 때, 상철이가 '울산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제안한 기억이 난다. 나는 '알았다. 일단 지금은 몸이 최우선이니 건강 잘 챙기자'고 했었다"고 돌아봤다. 현실이 됐다면 참 좋았을 두 레전드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홍 감독은 유 감독을 향한 절절한 추모사, 가족들을 향한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안타까움이 클 것이다. 유 감독의 아이들이 부디 '아버지가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이란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상철아, 그동안 고통도 심했고, 항암치료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이젠 편히 쉬면서 하늘나라에서 우리 한국축구 잘될 수 있도록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홍 감독은 8일 19년 전 함께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팀2002' 동료들과 함께 서울 아산병원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한일월드컵 4강, 대한민국을 붉은 함성을 물들였던 그 뜨거웠던 6월에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불사조, 6번 '유비'가 하늘로 떠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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