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처럼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이들의 명승부는 우리에게 오랜 여운을 남기곤 한다. 말과 호흡하는 경마 스포츠에도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우뚝 선 이들이 있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극적인 그들의 감동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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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걱정과 우려를 안은 채 2005년 9월 30일 제10경주, 루나의 첫 데뷔전이 열렸다. 당시 인기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망이 없어 보였던 루나는 중위권을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바깥쪽에서 치고 들어와 결승선을 50m 앞두고 1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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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년의 경주마 생활을 마무리하는 8살이 되던 해, 루나는 마지막 은퇴 경주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루나가 전한 감동 실화는 영화 '챔프'로 제작됐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는 루나의 은퇴경기를 삽입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마사회는 대표적인 암말 명마로 이름을 남긴 '루나'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해 트리플 티아라 시리즈의 첫 관문인 '루나 스테익스(Luna Stakes)' 경주를 신설했다. 장애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루나의 가르침은 국가대표 암말을 선정하는 경주로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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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태어나 2006년 데뷔한 이탈리아의 경주마 '라갓',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고 왼쪽 눈 또한 95% 시력을 상실한 경주마다. 라갓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었다. 라갓은 9년 동안 총 123번의 경주에 참가해 26번의 우승과 10만 파운드가 넘는 상금을 획득하며 장애는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미국에도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낸 역사적인 '콤비'가 있다. 1930년대 대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인들 사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말 '시비스킷'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체격도 작고 저체중으로 볼품 없던 말인 시비스킷은 그저 자는 것을 좋아하고 난동만 피울 줄 아는 말썽쟁이에 불과했다. 시비스킷의 첫 트레이너는 그를 '죽을 정도로 게으름뱅이'라고 칭할 정도였다.
그러나 조교사 톰 스미스는 시비스킷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마주를 설득해 8000달러에 시비스킷을 구입했다. 그리고 권투 선수 출신의 기수 레드 폴라드와 짝을 지었다. 어릴 적부터 권투와 기수 생활을 병행하며 힘겨운 삶은 살아오던 폴라드는 오래된 복싱 생활로 한쪽 눈마저 실명한 상태였다.
스미스는 말에게 헌신적이었다. 고급 건초를 먹이고 오랜 시간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며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시비스킷의 성장은 놀라웠다. 1937년부터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더니 1938년에는 미국 경주를 지배했다. 그의 소식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아돌프 히틀러보다도 많은 지면을 차지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시비스킷과 레드 폴라드는 1940년 캘리포니아 산타 아니타 핸디캡 경주에서 우승을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경마라는 격렬한 스포츠에서도 신체적 장애는 장벽이 되지 못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계를 넘어선 모습은 우리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긴다. 우리는 다가오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도 투혼과 열정이 빚어낸 기적의 순간들을 목격할 것이다. 아직 가시지 않은 더위를 잊게 해줄 빛나는 활약상을 기대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