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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의 원인은 인재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건물은 해체 작업을 위해 건물 뒤쪽에 쌓아둔 흙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같이 붕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이와 같은 부실 해체공사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는 5층 건물이 해체 공사 중 도로변으로 붕괴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다. 건설사의 사고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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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위는 불법재하도급으로 인해 공사비가 깎인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재하도급사로 공사가 내려가면서 공사비가 원래의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기에 부실 공사를 피할 수 없었다. 원도급인 현대산업개발에서 28만원인 단위면적(3.3㎡)당 공사비는 하도급인 한솔건설에서 10만원으로, 재하도급인 백솔건설에서 4만원으로 줄어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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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사조위 위원장은 "현대산업개발이 해체공사 공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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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점은 현대산업개발의 문제 대처 방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직후 사고 원인으로 불법하도급이 거론되자 '불법하도급은 없었다'고 대응해 왔다.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철거공사 재하도급에 관해서는 한솔기업과 계약 외에는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재하도급은 몰랐다"고 답변했다.
유가족들은 현대산업개발이 부실 공사 정황을 알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불법하도급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불법하도급이 없었다'고 외치던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까지 가세, 현대산업개발이 책임회피에 급급한 게 아니냐며 지적하고 나섰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고와 사고 조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 본사 등 추가 압수수색…추가 처벌 여부 관심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부과받은 상태다. 재하도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공모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원도급자가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묵인이나 과실의 경우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추가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지난 9일 현대산업개발 서울 본사와 조합과 하청 계약을 맺은 철거업체 1곳을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비위에 연루된 전 조합 관계자와 업체 측 계약 담당자 등 4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은 계약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철거 하청 업체 간 구체적인 계약 비리에 초점을 맞춰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추가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형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건물붕괴 참사는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며 "믿기지 않는 황망한 죽음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