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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날 오후 8시30분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스포츠 플라자에서 '난적'스페인과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만에 출전권을 따냈다. 가슴 벅찬 무대인데 가슴 한켠이 돌덩어리를 삼킨 것처럼 무겁다. 작년 세상을 떠난 고 한사현 감독이 그토록 간절하게 서고자 했던 무대다. 한 전 감독의 못다 이룬 꿈에 계속 도전하기 위해선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슛, 리바운드 하나하나가 비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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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감독은 국내 휠체어농구의 대부였다. 여섯 살에 소아마비를 앓은 그는 10년이 지난 1984년 휠체어농구를 시작했다. 199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때 한국 휠체어농구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은퇴 후 지도자가 된 그는 2010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었고,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도 일궜다. 다음 목표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끊긴 패럴림픽 출전과 4강 진출이었다. 한 전 감독은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월드클래스 센터' 김동현(33·제주삼다수) 등 선수들을 다독여 끈끈한 '원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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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개월만인 9월 26일 꿈의 코트를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스승의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돼 사흘 밤낮을 지킨 선수들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못 다이룬 스승의 꿈을 위해 결연한 각오로 결전지 도쿄에 입성했다. 주장 조승현은 "감독님이 안 계셔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팀의 주장으로서 감독님이 원하시던 '우리는 하나다'라는 마음으로 이기든 지든 부딪쳐 보겠다"고 했다. "지금도 하늘에서 보고 계실 거에요. 감독님의 농구 DNA를 코트에서 펼칠 수 있게 도와주실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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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올해 3월 고광엽 감독(49) 체제로 재정비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훈련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른 대표팀과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상대팀에 대비했다. 대표팀의 장점은 스타팅멤버 5명 전원이 득점력을 갖췄다는 것. 주득점원이 2~3명으로 한정된 다른 팀에 비해 공격 옵션이 다양하다.
목표는 한 전 감독이 생전에 외쳤던 4강이다. 물론 현재 전력으로 쉽지는 않다. 조승현은 "첫 번째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 8강 진출"이라며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한다면 8강에서 B조의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커 4강도 꿈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조 2~4위로 8강에 오르면 세계 3강인 미국과 영국, 호주와 만날 수 있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무(43) 대표팀 코치는 한 전 감독과 과거 대표팀과 서울시청에서 선수,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스페인은 전통적인 강호이고 국제무대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우리가 열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 당일 슛 컨디션과 정신력이 좋다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우선 8강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8강에 진출하면 4강도 넘볼 수 있다. 2014년 인천에서 거두었던 세계 6위를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도쿄패럴림픽 때문에 치료까지 포기하면서 생의 마지막까지 농구 열정을 불태웠던 한 전 감독님 기일이 9월26일이에요. 마음 같아선 메달을 들고 선수들과 함께 찾아뵙고 싶지만, 최소한 한 전 감독님이 이루었던 성과(세계 6위)는 꼭 넘어서 '수고했고 고맙다'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