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만큼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산 사나이가 있을까.
SSG 랜더스 하재훈(31)의 야구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행을 결심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채 일본으로 향해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고, 콧대 높은 일본 프로야구(NPB)의 문턱까지 넘었다. 또 실패를 맛본 뒤 독립리그에서 투수로 변신,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기대와 우려 속에 돌아온 고국에서 '수호신'으로 거듭나면서 구원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 뿐만 아니라 태극마크까지 달면서 뒤늦게 꽃피웠다.
하재훈은 지난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했다. 어깨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뒤 풀타임 시즌 첫해 36세이브를 올린 대가는 컸다. 15경기 13이닝에서 1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의 초라한 기록을 남겼지만,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팀 전력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가 더 컸다.
하지만 올해도 부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4월 6경기서 1승2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이 12.46에 달했다. 전반기 막판인 6~7월 두 달간 9경기 10⅔이닝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드디어 부활에 성공하는 듯 싶었다. 후반기가 막을 올렸고, 달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하재훈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하재훈은 8월 퓨처스(2군) 3경기에 나서 2⅔이닝을 던졌다. 15일 KT전에서 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26일 LG전에서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부상 등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제구-구위를 다듬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SSG 김원형 감독은 하재훈의 상태에 대해 "퓨처스에서 일정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다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2019시즌 때의 위용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개인과 팀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고 보는 눈치다.
'건강한' 하재훈의 1군 합류는 SSG 마운드의 힘이 한층 강해짐을 뜻한다. 치열한 후반기 자리 싸움, 결정적 순간에 하재훈이 복귀해 제 몫을 해준다면 SSG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