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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넬 "코로나19+차트변화로 위기, 새로운 시도 담아 2년만 컴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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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년 넘게 대한민국 최고의 록밴드로 군림해온 넬이 새로운 해답과 이야기를 담은 앨범으로 돌아온다.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제원)은 1999년 팀을 결성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2001년 '리플렉션 오브'로 데뷔, '기억을 걷는 시간' '한계' '마음을 잃다' '섬' '그리고, 남겨진 것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스테이' '백야' '오분 뒤에 봐' 등 수많은 명곡을 발표하며 사랑받았다.

20년 넘게 한 팀을 지켜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넬은 음악에 대한 뚝심 하나로 갖은 위기를 버텼다.

"위기는 주기적으로 있었다. 단순하게 지난해부터 올해가지 소위 말하는 경제 활동이 전혀 없었다. 우리도 다 다른 사람이다 보니 서로 힘들어하는 방식이나 크기도 달랐다. 가끔은 서로 위로하기도 했지만, 아주 냉정하게 결론은 '우리가 뭐하는 사람들인가'로 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1순위라면 당장 그만두고, 더 큰 목표가 있고 음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핑계는 안된다. 더 소중한 걸 위해 모든 걸 감수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김종완) 팀워크의 경우, 멤버들이 집중을 못하거나 게을러질 때 가감없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친구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음악이 좋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종완이의 곡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이재경)."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가요인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넬은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담은 새 앨범으로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2일 오후 6시 발표하는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앨범은 이전까지 넬의 음악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테마로, 각 수록곡을 시간적 감정적 흐름에 따라 배치해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스토리를 들려주도록 구성했다.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트랙 배치 순서에 신경을 썼다. 앞뒤로 어떤 곡이 있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굉장히 많이 바뀐다. 기존 넬 앨범과 달리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1번부터 10번트랙까지 순서대로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나열했다. 우리한테도 새로운 시도였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김종완). 하나의 스토리와 타임라인을 갖고 이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가사적인 부분이다(이정훈). 사람 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라 본인이 대입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곡 속 화자와 청자를 둘 다 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이재경)"

타이틀곡은 '위로(危路)'와 '유희'다. '위로'는 1막에서는 아름다움을, 2막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안고 있는 위태로움을 표현한 곡이다. 넬 특유의 몽환적인 보컬과 따뜻한 밴드 사운드 위로 쌓여가며 고조되는 스트링과 브라스, 타악기의 편곡이 돋보인다.

"'위로'는 한자로 위험한 길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대상에 푹 빠져있는 자신과 그 안에서 느끼는 불안과 막연한 두려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싶었다. 이제까지 밀도감 높은 사운드의 곡은 많이 작업했었고, 지난 4~5년간 많이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려 하는 것은 많이 비워내면서도 감정적으로 밀도감 있는 사운드다. 그런 추구하는 방향을 충족시키는 곡이라 작업을 끝낸 뒤의 음악적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김종완)."

'유희'는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리얼 악기 밸런스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곡으로 팝과 록을 절묘하게 넘나들며 넬 음악만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어떤 곡이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면 요즘은 우리가 넬이라는 팀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현시점의 넬이란 팀의 사운드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스타일이 굉장히 다른 두 곡이라 한곡을 찝어서 이 앨범을 대표하게 하기가 어려웠다. '유희'는 우리가 추구하고 발전시켜온 사운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다. 프로그래밍된 사운드와 리얼 악기 사운드의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을 좋아하고 추구하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김종완)."

넬은 이제까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 상위권을 강타하며 '음원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그런 넬에게도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을 비롯한 최근의 음원차트 생태계 변화는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일 터다.

"음원 차트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적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는 게 꿈이었다. 만족스러운 좋은 음악을 만들고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 우리 음악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다.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려고 했다면 중심이 많이 흔들렸을 것 같다. 묵묵히 우리 할일만 하면 좋아해주실 분들은 좋아해주실 거란 결론을 빨리 내린 게 지금까지 별탈없이 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싶다(김종완). 점점 음원 소비가 짧아지는 느낌이다. 거기에서 오는 기쁨도 있겠지만 시간을 들여 듣는데서 오는 감동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쪽으로는 우리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이재경)."

넬은 2일 새 앨범을 발표하고 10~12일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에서 단독 콘서트 '넬스 시즌 2021 모멘츠 인 비트윈'를 개최한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오랫동안 추억을 담을 수 있게 시간을 들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이재경). 답답한 시기가 길어지고 있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우리가 정신 바짝 차려서 본연의 마음 잃지 않고 잘 버티며 지냈으면 좋겠다. 우리 앨범이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김종완)"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