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정변의 바른 예다. 배우 이효제(17)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진짜 배우 이효제로 완벽히 성장해 새로운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들고 관객을 찾았다.
교실 도난 사건 속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가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좋은 사람'(정욱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 극 중 교실 도난 사건과 담임 경석(김태훈)의 딸 교통사고 가해자로 지목된 세익을 연기한 이효제가 3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좋은 사람'을 출연한 이유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밝혔다.
'좋은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경석 앞에 교실 내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엎친 데 덮친 격 딸의 교통사고의 범인으로 제자 세익(이효제)이 지목되며 믿음과 의심, 거짓과 진실 앞에 혼란을 겪게 되는 모습을 탄탄한 내러티브로 담아낸 작품이다. 지난해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2관왕을 수상하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독립영화로 떠오른 9월 기대작이다.
특히 '좋은 사람'은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14, 장진 감독)의 조진웅 아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덕혜옹주'(16, 허진호 감독)의 박해일 아역, '가려진 시간'(16, 엄태화 감독)의 강동원 아역, '사도'(15, 이준익 감독)의 소지섭 아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이효제가 주연을 맡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효제는 강동원, 소지섭과 닮은 외모뿐만 아니라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과시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등극했다. 이러한 이효제가 '좋은 사람'에서는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세익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가려진 진실 앞에서 믿음과 의심 속에 끊임없이 내몰리게 되는 세익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이효제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성장 무한대의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효제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와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욱 감독을 만나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촬영하면서도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좋은 작품에 나를 불러줘 감사하게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나는 세익처럼 큰 상황이 일어나거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을 때 대처 방법을 잘 모른다. 또 세익처럼 위축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부분이 공감됐다. 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 동질감을 느꼈다"며 "실제로 좀 내성적인 편이다. 사람들에 따라 많이 다르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주변에서 재미있는 친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또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이 많고 시끄럽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다만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과 만날 때는 낯을 많이 가린다"고 고백했다.
'리틀 강동원' '리틀 소지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효제는 아역 배우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이효제는 "누군가의 아역을 한다는 것은 그 선배들의 연기에, 이미지에 내가 타격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 아역 연기를 할 때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혹시 내 연기로 인해 선배에게 피해가 갈까 부담감은 있다. 물론 여러 선배의 아역을 했을 때 영광이었다. 정말 대단한 배우들 아닌가. 매 순간 불러줘서 감사하다. 영광이지만 그 이면에는 염려가 있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통해 '나를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시에 관객이 나에게 기대했던 부분에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어렸을 때는 내가 느끼는 대로 모든 감정이 표현됐고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보다 어렵지 않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점점 크면서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연기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아역 때는 많은 생각 없이 그 상황에서 느끼는 부분을 바로바로 표현한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어려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감독들도 더욱 구체적인 디렉션을 줬다. 하지만 클수록 내가 혼자 해야 한다는 게 많다는 걸 느꼈다. 더 많은 상황을 준비해야 하고 표현해야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좋은 사람'을 통해 자신감도 찾고 스스로 치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올바르게 정변한 이효제. 앞으로 연기 방향성에 대한 소신도 확고했다. 이효제는 "연기를 하는 방향성은 아역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아역을 연기했을 때도 누군가의 아역에 대한 시선에 머무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역이라도 배우 이효제의 모습은 늘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연기를 해나가는 방향성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했다.
그는 "대중에게 한 가지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 작품 변신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마디로 자아가 여러 개인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내 지향점은 언제나 성장이다. 어릴 때부터 연기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싶고 더 많은 걸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좋은 사람'은 교실 도난 사건 속 의심받고 있는 한 명의 학생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교사가 의심과 믿음 속에 갇혀 딜레마에 빠지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 등이 출연했고 정욱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싸이더스,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