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고교 시절엔 즉시전력감보다 차후 잠재력이 큰 선수로 분류됐다. 하지만 개막 전 이미 선발 한자리를 약속받았고, 사령탑의 기대에 보답하는 1년을 보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2021시즌 신인상 경쟁 구도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올시즌 이의리의 기록은 18경기에 선발등판, 91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했다. 리그 9위로 처진 팀 사정상 평균자책점 대비 적은 승수가 아쉽다.
규정이닝에 살짝 부족하지만, 백정현 원태인(이상 삼성라이온즈) 최원준(두산 베어스)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고영표(KT 위즈) 김민우(한화 이글스) 등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각팀 토종 에이스들 사이에 충분히 설만한 성적을 냈다.
시즌 전에는 김진욱(롯데 자이언츠)와의 '좌완 라이벌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김진욱과 달리 이렇다할 시행착오 없이 1군 선발을 꿰찼고, 국내파 에이스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김진욱이 롯데의 필승조 불펜으로 자리잡으면서 최근 12경기 9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즌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6점대 중반이다. 이의리와의 차이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이의리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슬럼프가 길지 않다. 1~2경기 흔들려도 그 다음 경기에선 스스로를 다잡는다.
한 경기에서 '멘붕'급으로 무너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5월 6일 롯데 전 3이닝 6실점(3자책) 경기를 제외하면 초반에 경기를 망친 경우가 없다. 신인답지 않은 멘털 관리가 돋보인다.
개막 이후 오원석(SSG 랜더스) 추재현(롯데) 문보경(LG 트윈스) 등도 적잖은 임팩트를 뽐냈다. 특히 오원석은 6월까지 5승2패를 올리며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혔지만, 6월 29일 삼성 전 이후 하락세가 눈에 띈다. 최근 7경기 중 8월 29일 KIA 전을 제외한 6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어느덧 5.50까지 치솟았다.
추재현과 문보경은 타자의 덕목인 타율과 홈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두 선수 모두 후반기 부진에 발목을 잡히며 OPS(출루율+장타율)가 0.8 아래로 내려앉았다. 올림픽 휴식기 이후 추재현은 2할6푼5리 OPS 0.660, 문보경은 1할6푼1리 OPS 0.538을 기록중이다. 추재현의 시즌 타율은 2할8푼6리로 내려앉았고, 문보경은 8홈런의 임팩트만큼이나 2할3푼8리의 타율이 아쉽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로 봐도 이들중 2.0을 넘긴 선수는 이의리(2.01) 뿐이다. 오원석은 -0.25, 추재현은 1.01, 문보경은 1.35를 기록중이다. 그외 안재석(두산·0.64) 김기중(한화·0.56)의 활약상도 이의리에 비할바는 못된다.
특히 이의리가 김진욱과 함께 노메달 좌절로 끝난 도쿄올림픽을 다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대표팀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선발투수 역할을 소화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고, 복귀 후에도 체력적인 약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인상은 1군급 기량을 뽐낸 시점을 기준으로 평생 단 1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다. 2008년 최형우부터 2016년 신재영까지 9년 연속 중고 신인이 영광을 차지했지만, 2017년 이정후를 시작으로 강백호 정우영 소형준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며 고졸 신인의 초강세가 시작됐다. 이의리가 올시즌 신인상을 거머쥘 경우 5년 연속 고졸 신인이 수상하게 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