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해 한화 이글스 벤치는 적극적이다.
감정을 표출하는 데 서투르지 않다. 지난 5일 대전 KIA전 때는 9회말 정은원 타석 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심판진과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두고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8일 창원 NC전에선 0-12로 크게 뒤진 가운데 추격점을 뽑는 과정에서 NC 선발 투수 드류 루친스키와 언쟁을 주고 받기도 했다. 올 시즌 앞서 몇 차례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 바 있다.
외국인 지도자-선수의 감정 표출은 익숙한 장면. 그런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한화 외국인 코치진의 잦은 감정 표출이 부적절 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승패가 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점잖게 뒷짐을 지고 있는 게 과연 현장을 이끌어가는 감독-코치의 자세인지 되물을 만하다.
수베로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내게 야구는 전쟁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선 어린 시절 티볼로 야구를 배우지만, 남미에선 4~5세 때부터 정식 룰로 경기를 한다. 승패에 따른 강한 압박도 느끼게 된다"며 "상대에게 밟힐 것인지, 우리가 상대를 뛰어넘을 것인지의 관점에서 순간 장면마다 감정을 표출하는 게 익숙한 편이다. 달리 보면 이런 모습 때문에 의도나 작전 같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며 느낀 감정도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사실 한국 선수, 한국인들은 감정에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가 우천 중단될 때 TV 중계로 역대 우승팀의 마지막 경기 순간을 봤다. 모든 선수가 그 순간엔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리며 환호하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한국인들은 열정과 환희를 잘 절제하다 한 순간에 터뜨리는구나 싶었다. 조성환 수비 코치와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나 우리 코치들은 우승 순간이 아니라 매 경기에서 그런 감정을 갖고 임한다. 그게 차이점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적응해야 할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은 한국 만의 문화가 있다. 나나 우리 코치 모두 한국에서 좋은 야구를 하기 위해 온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도 잘 안다"며 "한국 선수들, 코치들은 어떤 심판이나 팀을 만나든 예의를 갖추고 감정 컨트롤을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나도 차츰 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