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레인맨 말고, '사이영'이란 별명은 어떤가? 정말 승부욕이 강한 선수니까."
지난 8월말, 박세웅(26)의 거듭된 호투에 고무된 래리 서튼 감독의 농담이다. '박세웅이 비를 몰고 다닌다'는 농담을 기분좋게 받은 것.
후반기 승률 3위(20승2무15패) 롯데 자이언츠의 실질적 에이스는 박세웅이었다. 박세웅은 후반기 개막 이래 지난 10일까지 5연승, 경기당 평균 7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1.03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스트레일리-프랑코 외인 듀오의 부진 속에도 롯데가 꾸준히 중위권을 위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16일 KT 위즈전에서 6이닝 5실점으로 '삐끗'하며 후반기 첫 패를 안더니, 23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3⅔이닝 8실점으로 뜻밖의 난타를 당했다.
오원석과 박세웅의 맞대결, 선발의 무게감은 롯데 쪽으로 기운다. 중위권 도약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1회초부터 타선이 3점을 선취했고, 기어코 상대 선발 오원석을 2회가 끝나기도 전에 끌어내렸다.
하지만 박세웅의 앞에는 추신수(39)가 있었다. 추신수는 1회 선두타자 홈런으로 박세웅을 흔들며 4-3 역전을 주도했고, 4회에는 직접 역전 3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그를 무너뜨렸다. 올해 18홈런 중 박세웅 상대로만 3개,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의 절대 우세를 이어갔다.
특히 첫번째 홈런은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제대로 들어간 146㎞ 직구였다. 하지만 추신수는 툭 좌중간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담장을 넘겼다. 가장 큰 무대에서 16년 활약하며 인정받은 진짜배기 메이저리거다운 한방이었다. 박세웅의 멘털이 흔들릴만했다.
24일에는 더블헤더가 열리고, 25~26일에는 SSG와 마찬가지로 가을야구 경쟁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맞붙는다. 서튼 감독은 경기전 "이번 5연전이 정말 중요하다. 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5강 경쟁에 도전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박세웅을 믿고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 했지만, 3⅔이닝 만에 투구수는 90개에 달한 상황. 공에 힘이 떨어지면서 빗맞은 안타가 거듭 나오자 결국 교체를 결정했다. 특히 매번 팀의 득점 직후 실점을 내준 패턴이 정말 좋지 않았다.
박세웅의 8자책은 올해 개인 최다이자 2018년 7월 7일 이후 1174일만이다. 이날 타선의 활약으로 패배를 면했고, 롯데가 이날 9회말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로 8대9 패배를 당한 것을 감안하면 박세웅으로선 고개를 들 수 없는 패배다.
스트레일리는 작년의 그가 아니다. 프랑코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결국 롯데가 시즌 말미의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가을야구를 쟁취하려면 '안경에이스' 박세웅의 호투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세웅이 흔들리면 롯데도 흔들린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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