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거포 김동엽(31)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다.
지난해도 전반기 0.258의 타율과 6홈런에 그쳤던 그는 후반기 0.355의 타율과 14홈런으로 이적 후 첫 20홈런 시즌을 맛봤다.
올해는 더 늦었다. 잔 부상 등으로 페이스를 찾지 못하던 김동엽은 9월 들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월까지 0.184의 타율과 1홈런에 그쳤던 그는 9월 들어 10경기에서 0.410의 타율과 2홈런을 기록중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함께 살아난 클러치 능력이다.
9월 득점권 타율이 무려 0.583(12타수7안타)에 달한다. 8월까지 득점권 타율이 0.211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25일 대구 NC전에서도 김동엽의 진가가 드러났다.
5회까지 삼성 타선은 NC 선발 파슨스에게 노히트노런으로 꽁꽁 눌리고 있었다. 선발 원태인의 맞불 호투 속에 0-0. 6회말 2사 후 구자욱이 끈질긴 승부 끝에 팀의 첫 안타로 출루했다. 파슨스의 폭투를 틈 타 2사 2루. 김동엽은 2B1S에서 4구째 145㎞ 투심을 당겨 빨랫줄 같은 좌중간 적시타를 터뜨렸다. 2루주자 구자욱이 홈을 밟아 1-0.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김동엽의 한방이 천금 같은 결승점이 됐다.
김동엽은 시즌 뿐 아니라 경기 안에서도 슬로우 스타터다.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워진다.
1~3회 타율 0.152, 4~6회 타율 0.245에 불과하지만 7회 이후 타율은 0.340으로 치솟는다. 3홈런 중 2방도 7회 이후 터졌다.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가을의 거포. 깊어가는 가을, 박빙의 승부 속에 경기 후반 김동엽을 만나는 상대 투수들은 차라리 승부를 피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