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데이비드 베컴을 '잉글랜드의 역적'에서 '잉글랜드의 영웅' 나아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오른발'로 만든 역사적인 골이 20년 전 오늘 터졌다.
때는 2001년 10월 6일,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트라포드.
2002년 한일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탈락 기로에 서있던 잉글랜드는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1-2로 끌려가고 있었다. 수차례 시도에도 골을 넣지 못했던 잉글랜드 주장 베컴. 추가시간 3분, 약 30야드 지점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 6만여 관중은 숨을 죽이며 베컴의 오른발을 바라봤다. 기도를 하거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팬도 있었다.
크게 숨을 고른 베컴은 도움닫기 이후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이 슛에 잉글랜드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유럽예선 9조에 속한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겨두고 독일과 승점 16점씩 쌓았다. 9개조 1위 9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2위 9개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쳤다. 독일이 같은 시각 핀란드를 상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독일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했다.
베컴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벽을 넘어 골문 좌측 상단에 그대로 꽂혔다. 그 이후 베컴은 높이 점프해 오른 주먹을 휘두르는 역사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운좋게도 독일은 핀란드와 0대0으로 비겼다. 이 골로 잉글랜드가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을 당해 '역적'으로 비난받은 베컴이 한순간에 영웅으로 우뚝선 순간이다.
베컴은 수년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예전 영상을 보면 한 팬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날 나는 북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뒤로 물러섰을 때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팬들의 반응을 접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베컴은 "어머니께선 골이 들어간 순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그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베컴은 6일 개인 SNS에 그날 해설을 음성으로 다시 듣는 영상을 올렸다. 당시 방송진행자는 골이 들어간 순간 "베컴이 해냈다!"며 괴성을 질렀다. 추억에 젖어 한참을 듣던 베컴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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