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관객을 만나는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명품 배우인 이들이 연출가로서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까.
8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단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마음속 깊숙이 품고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로, 제작사 하드컷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함께 기획한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이다.
박정민이 아역 배우 김담호, 강지석, 박효은, 박승준과 함께 '반장선거'를 연출했고 손석구가 베테랑 연기파 배우인 임성재, 변중희, 오민애와 '재방송'을 선보인다. 최희서는 박소이, 최희서, 조경숙, 신현수가 출연하는 '반디'의 메가폰을 잡으며, 이제훈은 정해인, 이동휘, 김다예, 탕준상, 표예진이 출연하는 '블루 해피니스'의 연출을 맡았다.이날 연출자로서 처음 인사를 하게 된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자신이 연출한 작품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반장선거'의 연출자 박정민은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일어나는 반장선거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가 초등학교때 반장선거에 나온 친구들이 반장선거에 진심인 모습을 보면서 제가 큰 충격을 받았었다. 어느날 TV를 보니 어른들의 모습도 별반 다른 게 없는 것 같아서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초딩 느와르'라는 독특한 장르 표현에 대해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모습이 있지만 저는 제 초등학교때 그렇게 순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그랬을거라고 생각했다. 순수한 우리 배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좀 뒤틀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연출자에게도 쉽지 않다는 어린 아이들과의 작업. 박정민은 이에 대해 묻자 "스물일곱명의 초등학교 학생이 나오는데, 연출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다는 큰 도전을 하게 됐다"라며 "처음에는 '크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잠깐 방삼하면 어린 친구들이 먼산을 보더라. 그러다가 제가 해결책으로 내놓은게 제가 같이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리허설 이후에는 촬영장에서는 아이들이 굉장히 집중을 해줬었다"며 웃었다.
'재방송'의 메가폰을 잡은 손석구는 "이모와 조카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가족이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같은 목적지를 가는 동안 서로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내가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예전부터 착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된 작품이다"고 전했다.로드무비라는 장르를 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손석구는 "여정 길 사이에 두 사람 사이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서 로드무비라는 장르를 택하게 됐다"라면서 "제가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진짜를 보는 느낌이었다. 원래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리얼한 편이어서 믿고 갈 수 있었다, 촬영은 감독님이 신경을 써주셨고 저는 한정된 버짓 안에서 미술도 리얼해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디'를 연출한 최희서는 "3년 정도 전에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완성되지는 않았다. 제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박소이 배우와 출연하면서 이 친구라면 제 시나리오 속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조금씩 각색을 하게 됐고, 이번 기회가 저에게 왔다. 원래는 말을 못하는 설정이엇는데 말을 더듬는 설정으로 조금 어려운 연기이지만 박소이 배우라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이어 "이 이야기가 싱글맘과 아이의 이야기다. 싱글맘이 주변인물로 그려져왔다는게 지금까지 좀 아쉬웠다. 싱글맘이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더 면밀히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까지, 1인 2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최희서는 "제가 연기를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단 시간안에 박소이 배우와 좋은 케미 스트리를 내기 위해 연기를 한거다"라면서 "그래서 부담이 더 컸다. 제가 연기한 건 제가 모니터링한 시간이 부족했고 제 모니터링을 할 바에는 다른 배우들을 더 신경쓰고자 했다. 제 이번 영화의 목표는 배우로서 저를 보여드린다기 보다는 감독을로서 소이를 포함한 훌륭한 배우를 담아내는 것이었다"고 전했다.'블루 해피니스'의 연출자이자 '언프레임드'의 총 제작을 맡은 이제훈은 "저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 요즘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열광적으로 생각하는 키워드를 나열해봤다. 작년과 올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코인, 주식, 중고거래, 데이트 어플 같은 것들, 꿈과 좌절 등에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해주셔서 제가 가진 역량 보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말을 더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연 배우인 정해인과 이동휘에 대해서도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 역할에 정해인 배우의 모습 말투 행동을 생각하면 써내려 갔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정해인 배우에게 보여줬을 때 다행히 재미있게 봐주고 함께 해준다고 해서 날아갈 듯 기뻤다. 이래서 감독님들이 캐스팅할 때의 마음을 알게 됐다"라며 "이동휘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정말 대단한 부분이, 동휘 배우가 주식을 알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주식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인 이동휘 배우가 정말 잘 아는 사람 처럼 표현을 해주는 걸 보면서 '와 배우는 배우구나'라면서 감탄을 했다"며 웃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친 후 15일 폐막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작품(장편·단편)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