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6이닝 8안타 3실점은 못한 것일까.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인공은 KT 위즈 고영표. 지난 9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6이닝 8안타 3실점을 하고 팀이 1대6으로 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LG는 그야말로 잔칫날이었다. 고영표에게 올시즌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리면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올시즌 그야말로 'LG 킬러'였다. 이전 5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며 3승에 평균자책점 1.26을 기록했다. 35⅔이닝 동안 단 6실점(5자책)만 했다. 피안타율이 1할4푼이었고, 피 출루율이 2할1푼6리, 피장타율이 1할9푼3리로 피OPS가 0,409에 불과.
LG로선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 있는 고영표를 공략해야만 했다. 그리고 김현수와 김민성이 홈런을 때렸고, 2회말엔 연속 3안타를 터뜨리면서 점수를 뽑았다. 여기에 철벽 마운드가 가동돼 KT 타선을 1점을 막으며 승리할 수 있었다.
LG 류지현 감독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여러가지 데이터를 보면서 검토를 했었다"면서 "선수들과 교감이 잘 이뤄지면서 선수들이 (고영표 공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기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LG 타선이 고영표에 3점을 뽑은 것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LG 타자들이 타석에서 조금 앞에서 치더라"라면서 "결과적으로 졌으니 상대가 잘했다고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짧게 답했다. 더 할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눈치. 체인지업이 변하기 전에 타격을 하려고 했던 LG 타자들의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래도 6이닝 3실점은 퀄리티 스타트다. 웬만한 에이스도 그 정도 피칭엔 OK다. 고영표가 못 던졌다고 보기 힘든 수치다. 다만 LG가 고영표를 상대로 올렸고, 팀이 승리를 했기에 LG 타자들에겐 의미가 크게 다가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영표와 LG가 더이상 정규시즌에서 만날 수는 없다. 이제 포스트시즌이다.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LG와 KT가 만나게 된다면 KT는 분명 고영표 카드를 집중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KT가 보기엔 고영표가 무너진 경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LG의 새로운 전략에 고영표는 어떻게 맞설까. 포스트시즌에서 진짜 대결이 펼쳐진다면 흥미로운 일전이 될 듯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