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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부정(전도연)은 얼굴을 만져도 된다는 강재에게 더 가깝게 밀착했지만, 망설여지는 듯 손가락 끝으로 머리카락부터 얼굴까지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그늘진 강재의 얼굴을 만지며 부정이 알 수 없이 쓸쓸하고 슬픈 기분에 빠져들던 그때, 갑자기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부정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다가 강재가 "뭐가 그렇게 슬퍼요? 항상 볼 때마다 슬프잖아요"라고 안타까운 듯 묻자, 부정은 "내가 슬픈 거구나 화가 난 게 아니라 난 항상 내가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주변에서도 다 그렇게 대하니까"라면서 강재로 인해 자기의 진짜 모습을 깨닫게 됐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아침이 되면 공간도 시간도 전부 사라진다는 현실적인 강재의 말에 겁이 나서 그냥 한 번 만져보고 싶었다는, 달콤한 신기루 같은 지금 상황에 대한 느낌을 전한 후 "고마워요 그걸 슬프다고 해줘서"라며 자조적인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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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부정은 강재와 산길을 내려온 후 기사식당의 봉고차를 세운 강재의 기지로 차에 올라탔던 상황. 부정은 어제 자신의 이야기에 '집에 가서 다행이다'라고 한 의미가 뭐냐는 강재에게 "그냥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깐"이라며 "계획에 없던 일도, 옳지 않은 일도 일어나는 게 인생이니까요"라면서 종잡을 수 없는 인간사의 힘듦을 덤덤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봉고 차 안에서 휘청거리며 졸고 있는 강재의 얼굴을 만져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포즈를 바꿔주는, 은근한 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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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전도연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겪은 상처들과 공허함, 인간이기에 원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눈빛과 표정, 어투와 제스처에 모두 녹여낸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심연을 건드리는 위로를 선사했다. 천천히 느리게 쌓아올려지는 감정의 단계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록 연기의 묘미를 제대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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