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17일 현대가 팀들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 각각 문선민(29·전북)과 이동준(24·울산)이 빠진 측면에 시선이 쏠렸다면, 준결승에선 중원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포항의 베테랑 미드필더 신진호(33)가 20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준결승에서 누적경고로 결장한다. 이 말은 포항이 '경기를 조율하는 데 능하고,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장착했으며, 무엇보다 울산 선수들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핵심 미드필더' 없이 울산의 원두재(23) 박용우(28) 윤빛가람(31) 등과 중원 싸움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다. 2011년 포항에서 프로데뷔한 신진호는 FC 서울~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서울을 거쳐 2019년 울산으로 이적해 2년간 뛰었다. 지난해에는 주장을 맡아 팀의 ACL 우승을 이끌었다. 포항을 상대로 논란의 세리머니를 펼쳤던 신진호는 올시즌을 앞두고 포항으로 복귀해 팀의 ACL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신진호는 지난 2년의 경험으로 윤빛가람 원두재 이청용(33) 등 상대팀 핵심 미드필더들의 특징과 '동해안 더비'의 무게감을 잘 안다. 신진호의 결장이 미치는 영향이 다른 어느 경기보다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크게 미칠 수도 있는 이유다. 포항은 올시즌 신진호가 결장한 경기에서 종종 맥없이 무너지곤 했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50)은 19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진호가 출전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공격수로 활용되는 이승모(23)를 신광훈(34)의 중원 파트너로 내리거나, 이수빈(21) 등 백업자원을 활용하는 옵션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 홍명보 감독(52)은 "신진호가 결장한다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주전 선수가 빠졌을 때 대체 선수들이 경기에 나와 좋은 모습을 보인 사례가 아주 많다.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2009년 이후 12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포항과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의 K리그 '집안싸움' 승자는 ACL 결승 티켓과 라이벌을 꺾었다는 자부심, 거기에 막대한 상금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거머쥔다.
울산과 포항은 이번 준결승 진출로 각각 82만 달러(약 9억6700만원)와 77만 달러(약 9억800만원)를 확보했다. 조별리그, 토너먼트 상금, 승리수당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조별리그,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팀엔 경기당 5만 달러(약 5900만원)를 지급하고, 무승부를 거두면 1만 달러(약 1180만원)를 준다. 16강 진출팀에 10만 달러(약 1억1800만원), 8강 진출팀에 15만 달러(약 1억7690만원), 그리고 준결승 진출팀에 25만 달러(약 2억9480만원)를 추가로 나눠준다. 결승에 걸린 상금은 상상초월이다. 준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3억5800만원),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약 47억1600만원)다. 결승 진출만으로 총 32억 이상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울산과 포항의 준결승전은 K리그의 우수성을 아시아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K-부심'을 드러낸 홍 감독은 "전북전 연장승부를 통해 육체적으로 피로감이 남아있고, 정신적으로도 후유증이 남아있겠지만, 경험많은 선수들인 만큼 잘 회복할 거라고 기대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울산과의 리그 3경기에서 1무 2패, 승리하지 못한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팬들은 다른 팀한테는 져도 울산한테만은 져서 안 된다고 말한다. 울산이 (전북보다)더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전부터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울산을 잘 안다. 선수들과 준비를 잘했다. (울산을 꺾고)한국을 대표해 우승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AFC 규정에 따라 울산이 홈팀 자격으로 이번 경기에 임한다. 울산 선수들이 전북의 녹색 라커룸을, 울산 팬들이 전북 서포석에 위치하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울산-포항전 승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알나스르 승자와 11월 23일 사우디에서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