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올 하반기 안방극장은 사극이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는 평균시청률 9%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14일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 10.2%(이하 닐슨 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고 맞대결을 택한 KBS2 월화드라마 '연모' 역시 4회까지 평균 6%대로 순항하고 있다.
tvN도 맞불을 놓기로 했다. 다음 달 8일 첫 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어사와 조이' 역시 트렌디 사극이다.
이들 사극들에는 독특한 점도 있다. 평소 자주봐오던 사극이 아니라 픽션 사극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독특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시청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이 그리는 한 폭의 판타지 로맨스다. 배경은 사극이지만 스토리는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이다. 마왕이 등장하고 마왕을 가두는 봉인식이 벌어진다.
'연모'는 방송을 시작한지 2주가 지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연모'의 주요 스토리는 이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여아가 오라비의 죽음으로 남장을 하고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궁중 로맨스다. 박은빈은 남장 여자 왕세자 이휘 역을 맡아 세자 연기에 한창이다. 또 여기에 SF9 로운이 이휘의 스승이자 로맨스 파트너 정지운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쌍둥이 중 여아는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아가 살아서 세자가 됐다는 만화 같은 설정이 '연모'의 주된 이야기다. '연모' 역시 18일 방송에서 6.5%를 기록했다. 이정도 시청률이라면 평소 같았으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홍천기'라는 막강한 상대를 만났지만 선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어사와 조이'도 기대감을 높인다. 코믹 사극을 표방한 '어사와 조이'는 옥택연과 김혜윤이 주연을 맡았다. 엉겁결에 등 떠밀려 어사가 되어버린 허우대만 멀쩡한 미식가 도령과 행복을 찾아 돌진하는 기별부인(이혼녀)의 명랑 코믹 커플 수사쑈를 표방한 '어사와 조이'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을 연출한 유종선 감독과 영화 '걸캅스', 드라마 '훈남정음', '탐나는 도다'를 집필한 이재윤 작가가 만나 색다른 코믹 사극을 완성할 예정이다. 암행어사와 이혼녀라는 조선시대에 생각하기 힘든 조합 그리고 명랑 코믹이라는 장르가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최근들어 월화드라마 시청 시간대는 꽤 혼돈의 시간대가 됐다. 1020세대부터 4050세대까지 시청층이 고루 분포한 시간대가 바로 이시간대다. 때문에 4050세대가 선호하는 사극에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배우와 이야기를 투입시켜 전세대 맞춤형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전략은 시청률에서 반응이 드러난다. '홍천기'는 2049시청률도 3.2%(18일), 2.9%(19일)로 꽤 높다.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시청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사극과 같은 장르는 '조선구마사' 사태도 있는 데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한창 높아진 상황이라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2021년 하반기가 사극을 통한 월화드라마 재정착의 원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