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아버지의 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안타-홈런-2루타-3루타를 때려내며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다. 이정후는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1득점 1타점 활약을 펼쳤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낸 이정후는 볼넷을 골라낸 뒤 5회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정후의 올 시즌 6호 홈런. 6회 2루타를 더한 이정후는 8회 우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타구를 날렸고, 거침없이 2루를 돌아 3루에 안착하며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다
역대 29번째 사이클링히트이자 구단 통산 세 번째 사이클링히트 기록이다.
사이클링히트는 아버지 이종범 현 LG 트윈스 코치도 현역 시절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이종범 코치는 데뷔해 16홈런 73도루를 달성했고, 1997년에는 30홈런 64도루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둘 정도로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과시하며 KBO리그 '전설'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사이클링히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고, 아들 이정후는 데뷔 5년 만에 이를 달성했다.
이정후의 활약을 앞세운 키움은 9대4로 한화를 제압하고 단독 6위가 됐다. 5위 SSG 랜더스와는 0.5경기 차. 4위 두산과는 1경기 차다. 최대 4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이다.
이정후는 사이클링히트와 함께 타격왕을 향해서도 한걸음 나아갔다. 이정후는 타율 3할5푼8리(447타수 160안타)로 2위 KT 강백호(타율 3할5푼)에 8리 앞선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키움은 4경기를, KT는 5경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정후가 다소 유리한 입장이 됐다.
이정후가 타격왕을 차지하게 되면 최초의 부자 타격왕에 오르게 된다. 이종범 코치는 1994년 타율 3할9푼3리를 기록하면서 타격왕에 올랐다.
KBO리그 최고의 스타였던 아버지가 남겼던 발자취를 하나씩 따라가면서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 대신 '이정후'로 슈퍼스타로 우뚝 서기 시작했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