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펄펄 날기 시작한다. 막내였던 '가을 사나이'가 이제는 후배를 이끄는 형님이 됐다.
정수빈(31·두산 베어스)에게 가을은 좋은 기억이 가득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통산 9월 이후 타율이 3할2푼8리나 됐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3할5푼7리(14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팀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찬바람이 불자 정수빈의 몸이 반응했다. 8월까지 타율 1할9푼7리에 머물렀던 그는 9월 이후 타율 2할9푼7리를 기록하면서 타격감을 회복했다.
2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최종전에서는 결정적 순간 한 방을 날렸다. 1-1로 맞선 5회말 주자 2루에서 키움 선발 투수 최원태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정수빈의 시즌 3호 홈런.
두산은 7대2로 키움을 제압했고,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정수빈도 '가을'이 반가웠다. 그는 "날씨가 선선해지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는 거 같다"라며 "매해 가을에는 컨디션이 많이 올라온다"고 미소를 지었다.
초반 부진으로 인한 마음의 빚도 조금씩 덜기 시작했다. 특히 정수빈은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2년 최대 56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시즌 중반까지 부진이 이어지면서 싸늘한 시선이 이어졌다.
정수빈은 "시즌 초부터 굉장히 슬럼프가 길었다. 이유도 없고 핑계댈 것도 없다. 그냥 못했다"라며 "많이 좋지 않아서 눈치도 보게 됐는데 현실인 만큼 받아들이고 연습하면 컨디션이 올라올 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경기 후반부터 도움이 돼 다행이다. 몇 경기 안 남았는데 힘내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6년 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올해는 가을야구에 진출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6년 전 막내에 속했던 정수빈은 이제 고참이 돼 후배를 이끌어야 한다.
정수빈은 "그동안 경기에 나가면 (오)재일이 형, (최)주환이 형 등이 있고, 나는 막내였다. 이제 나를 비롯해 (허)경민이, (박)건우 모두 나이가 많더라.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나 역시 후배들이 했던 것을 겪었던 만큼 조언도 해주고 있다. 후배들도 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야구를 대하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이 되면 성적은 끝난 것이다. 부담보다는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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