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김호철 감독(66·IBK기업은행)이 살살 할런지 싶다(웃음)."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 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71)은 '뼈 있는 농'을 쳤다.
기업은행은 앞선 흥국생명전에서 승리하면서 8연패 부진을 끊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부임 후 6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김호철 감독의 V리그 여자부 마수걸이 승리. 11월 9일 기업은행과의 1라운드 경기 승리(3대1) 이후 17연패의 긴 부진에 허덕이는 김형실 감독과 페퍼저축은행에겐 불길한 예감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는 한양대 선후배 사이인 두 노장의 시즌 첫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김형실 감독은 먼저 인터뷰를 마치고 빠져나가는 김호철 감독을 불러 세워 "살살해~"라고 농반진반 속내를 드러냈다. 김형실 감독은 "아시다시피 기업은행엔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 등 좋은 선수들이 여럿 있다. 우리가 상대하기 버거운 팀이고, 열세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림수는 감추지 않았다. 1라운드 승리 주역 엘리자벳을 꼽았다. 김형실 감독은 "엘리자벳이 1주일 동안 페인트 연습만 했는데, 다행히 어제 훈련을 소화했다"며 "선수 본인이 1승의 기억 때문인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형실 감독은 "김호철 감독이 살살 할런지 모르겠다(웃음). 기업은행이 피로가 누적돼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겠다고는 하지만, 밥그릇(연차) 숫자는 속일 수 없다"고 몸을 낮췄다.
페퍼저축은행은 1세트 초반 기업은행에게 흐름을 넘겨주는 듯 했지만, 이내 높이를 살려 흐름을 뒤집었다. 경기 중반 으레 이어지던 리시브 불안도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1세트를 25-18로 가져가면서 5경기 만이자 14세트만에 세트포인트를 따내며 이변을 예고했다. 기업은행이 1세트에 아껴둔 표승주 카드를 꺼내들며 반격에 나섰지만, 기세가 오른 페퍼저축은행은 2세트 후반 승부처에서 엘리자벳이 해결사 역할을 하며 25-22로 또다시 세트포인트를 가져갔다. 지난해 11월 16일 기업은행과의 2라운드 맞대결(2대3패) 이후 두 달만에 승점을 확보했다. 3세트에서 페퍼저축은행은 21-21에서 엘리자벳과 이한비가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매치 포인트를 채웠다. 세트스코어 3대0 셧아웃 승리. 이날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70일 만에 17연패를 끊음과 동시에 창단 2승째를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승리가 확정되자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모두 코트로 뛰어들며 얼싸안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김형실 감독 역시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오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마지막까지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광주 홈 팬들의 열광이 경기장에 메아리쳤다.
한편, 이날 대전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선 삼성화재가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3대0(25-22, 25-19, 25-21)으로 이겼다. 삼성화재는 승점 29(10승14패)가 되면서 OK금융그룹(승점 28·11승12패)을 끌어내리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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