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뭐니 뭐니해도 실력이다. 실력은 연봉으로 이어진다. 팬들의 시선, 인기, 관심 원동력은 성적이다. 야구 선수는 야구 잘해야 스타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삼성 라이온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 돼 온 이학주(32)는 성적에 비해 훨씬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은 기대치. 유격수로는 당당한 체격(1m87,87㎏)에 일발장타, 발도 빠른 우투좌타.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해외파. 타고난 재능. 이학주 응원가는 2019년 올스타전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특출나게 보여준 것이 없다. 2019년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2020년과 2021년 주춤했다. 지난해는 타율 2할6리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612에 그쳤다. 그럼에도 관심은 뜨겁다. 이학주 관련기사는 연일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한다. 성적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관심에서는 긴 시간 잊혀지지 않았다. 긍정적 이슈보다 부정적 이슈가 더 관심을 끌었다. 내규위반(지각 2차례)으로 허삼영 삼성 감독으로부터 공개질타도 받고, 화려한 수비도 곧잘 하지만 쉬운 수비에 허점을 보여 팬들로부터 야단도 맞았다. '미국물 먹었다', '겉멋 들었다'는 이야기는 돌려 말하는 욕이다.
롯데는 수년간 팀을 괴롭혀온 두 가지 고질(유격수, 포수) 중 유격수 문제를 잊게 해준 마차도를 보냈다. 마차도를 그냥 두면 최소한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외국인 타자 포지션에 파워를 채우려는 모험을 단행했다. '배민 듀오(배성근-김민수)'로 유격수 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주위 우려는 가시질 않았다. 대안으로 고려했던 이학주는 이미 흠집이 날대로 난 상태였다. 삼성과의 긴 트레이드 눈치작전. 결국 롯데는 사이드암 최하늘과 전면 드래프트하에서의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이라는 큰 출혈을 감수했다.
이제부터는 이학주의 시간이다.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이학주의 첫 일성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끗하게 수긍했다. 워크에식 논란, 팀에 녹아들지 못한 부분, 모든 것을 본인 과오로 받아들였다. 사람은 언제든지 남 탓, 환경 탓을 할 수 있다. 이학주는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며 문제점도 진단했다.
이학주는 4년에 100억원, 6년에 150억원을 받은 대어급 FA들 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학주의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나아가 주전경쟁, 개막전 엔트리 합류여부 등은 줄기차게 회자될 것이다. 이학주는 연봉이 지난해 7000만원에서 동결됐다. 성적만 놓고보면 소폭 삭감이 돼도 할말이 없지만 롯데는 새로 영입한 선수임을 감안했다.
일부는 이학주를 두고 대놓고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주 어린 선수도 아니고, 중견을 넘어 베테랑으로 접어드는 선수가 하루아침에 라이프 스타일이 바뀔 리 만무하다는 이야기다. 숱한 경험, 수많은 케이스를 들이댄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법칙은 아니다. 고쳐 쓸 수 없는 것과 다르게 쓰는 것은 차이가 있고,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 깨우쳐 성장할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많고, 터닝 포인트를 겪고 180도 달라진 야구선수들도 넘쳐난다.
이학주는 이제 기로에 섰다. 스스로 "간절하게 야구를 대하겠다"고 했다. 피땀 흘리겠다고 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목표를 누군가는 화려한 FA계약, 누군가는 우승반지로 꼽을 것이다. 32살 이학주에게 첫 번째는 아주 힘든 도전이며, 두 번째를 이룬다면 롯데는 30년 한을 풀게 된다. 하지만 본인이 공언한 절박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것은 각오만 다지면 무조건 가능하다. 매일, 매순간 증명할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