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 12월 초, 축구팬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된 이적이 한 건 발생했다. 바로 투지 넘치는 윙백 안태현의 제주 유나이티드 이적이었다. 올 시즌 좀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려는 목표를 가진 제주는 팀 전력 보강을 위해 다방면에 걸쳐 재능 넘치는 선수들을 끌어 모았는데, 안태현(29)도 그 중 한명이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이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부 축구팬, 특히나 안태현의 전 소속팀 부천FC 팬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반발 여론도 거세게 일어났다. 급기야 부천 구단 측이 '왜 안태현을 제주로 보냈는가'에 관한 설명과 팬들의 이해를 구하는 공식 입장문을 발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반발심리의 이면에는 부천 구단과 제주 구단 사이의 연고지 이전과 얽힌 오래된 사연이 있다. 오래된 스토리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아직도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다. 부천 팬들이 그랬다. 더구나 안태현은 지난 시즌 부천 전력의 핵심이었다. 이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꽤 컸던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 유니폼을 입게 된 안태현은 아직도 이런 팬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제주 선수들과 어우러져 동계훈련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부천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타오르고 있다.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안태현에게 당시의 과정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는 흔쾌히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팬들에게 이해를 얻고 싶은 마음이 배어나왔다. 안태현은 "김천상무에서 전역할 때 1부 리그 몇 구단에서 제안이 왔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음 속에 늘 '1부리그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안태현은 "확실히 1부리그 팀에서 뛴다는 건 동기부여가 크게 되는 일이다. 선수로서 도전의식도 생긴다. 그간 계속 시도는 했었는데 성사가 잘 안됐었다. 그러다 상무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나 다시 기회가 왔다"고 밝혔다.
안태현은 "망설임이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부천과 제주 사이의 긴 사연도 알고 있고, 부천에서 오래 있던 만큼 응원해주신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구단의 조건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도, 또 (부천)구단에게도. 무엇보다 내 가치를 알아봐주고, 팀의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했다는 점에 끌렸다"고 말했다.
안태현은 조용한 목소리와 수줍은 표정으로 자신의 내면에 담긴 야망과 열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플레이 스타일과 그의 화법은 닮아있었다. 조용한 것 같아도 할말은 다 한다. 그리고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냈다.
안태현은 "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윗물'에서 논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2부 출신은 거기밖에 안돼'라는 편견같은 걸 깨고 싶었다. 1부에서도 내 플레이가 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눈이 빛났다. 안태현은 "무엇이든 오래 준비하고, 실행해 온 사람에게는 안되면 될 때까지 하려는 독사같은 면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 자신과 팀이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후회없이 헌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독기를 담은 '장인'의 눈빛이 그 순간 다시 번뜩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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