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긴장되는 날이었다.
지난 9일 한화 거제 캠프. 박준영은 첫 불펜 피칭에 나섰다.
루키 투수 중 유일하게 1군 캠프에 합류한 선수. 선배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 중 하나, 류현진도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바라봤다.
꿈에 그리던, 하지만 쑥스러워 사인도 받지 못한 롤모델과 로사도 코치의 시선을 느끼며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밸런스가 완벽할 수 없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공이 살짝 살짝 날렸다.
로사도 코치와의 본격적인 소통이 시작됐다. 처음 던진 변화구가 높았다. "어떤 변화구를 던지느냐"고 물었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던진다"고 했다. 커브를 던져보라 했다. 작심하고 던졌지만 원바운드가 됐다.
"주자 있을 때와 주자 없을 때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물었다. "무조건 꼭 한가지를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그냥 둘 다 똑같다"고 답했다.
셋 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로사도 코치는 보폭을 조금 줄여보라고 권했다. 효과가 있었다. 살짝 높게 날리던 공이 차분하게 낮아졌다.
대화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내는 소크라테스 식 질문법. 로사도식 코칭이 즉각적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박준영은 총 25구를 소화했다. 처음보다 뒤로 갈수록 밸런스와 함께 강력한 돌직구 위력과 변화구 제구가 살아났다.
불펜 피칭을 마친 뒤 로사도 코치가 "할 말이 있다"며 박준영을 불러세웠다. 한국에서는 통상 이런 경우 야단을 맞거나 충고를 듣는 일이 많다. 살짝 긴장했다. 양손을 모으고 굳은 표정으로 로사도 코치를 응시했다.
다짜고짜 "그렇게 말한 건 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얼핏 그를 더욱 긴장시킬 수 있었던 한마디. '혹시 내가 예의 없게 답한걸까?'
하지만 예상과 반대였다. 로사도 코치는 "주자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없다고 말한 선수는 네가 처음"이라며 "매우 인상 깊었다"며 가슴을 툭 쳤다. 통역은 진지하게 설명을 듣으면서 여전히 굳어있는 박준영에게 "좋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로사도 코치는 "투수는 늘 똑같아야 한다. 너처럼"이라며 "아주 좋다"며 등을 두드렸다.
미국 선수들에 비해 한국은 선후배 관념이 강하다. 윗 사람의 질문과 지시에 반론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대개 상대가 원하는 답을 한다. 그 답은 대부분 예스다.
하지만 박준영은 달랐다. 질문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했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화에서 지난 1년을 보내며 많은 젊은 투수들과 소통했던 로사도 코치로선 꽤 신선한 반응이었다.
가뜩이나 이 선수는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고졸 루키 아닌가.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한 자기 의견을 밝혀야 진정한 소통을 통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지도자. 루키 박준영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로사도 코치와 헤어진 박준영은 "사실 내가 말할 때 (코치님) 눈치가 이상해 잘못 말한 줄 알았다. 그렇게 다시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회고했다.
불 같은 승부욕의 소유자.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 파이터 형 루키다. 때론 장점이, 때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새내기는 그렇게 하나씩 프로 무대를 배우고 익혀가고 있다. 동기생 문동주와 함께 한화 미래를 책임질 희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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