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태어난 남성에 비해 겨울에 태어난 남성들에게서 전립선암 발병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임신 초기 노출되는 햇빛의 양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김태범 교수와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박이내 교수가 공동으로 시행한 '출생 계절이 손가락 길이 비, 전립선 크기, 그리고 전립선암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남성의 출생 계절이 전립선 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여름에 태어난 남성에 비해 겨울에 태어난 남성이 전립선이 더 크고, 전립선암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대한비뇨의학회 공식학술지(ICUrology) 2022년 3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팀은 하부요로증상으로 비뇨의학과 외래를 방문했던 858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출생 계절과 손가락 길이 비(digit ratio), 전립선 질환과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출생 계절은 기온에 따라 계절을 분류하는 기상학적 계절(meteorological season)이 아닌, 일조량에 따라 계절을 분류하는 솔라 시즌(solar season)의 정의에 따라 봄(2~4월), 여름(5~7월), 가을 (8~10월), 겨울(11~1월)로 나눴다.
이번 연구 결과, 여름에 태어난 남성에 비해 겨울에 태어난 남성은 손가락 길이 비가 더 작았고(0.951±0.040 vs 0.941±0.040; p=0.014), 전립선이 더 컸으며(33.4±14.9 mL vs 38.2±20.7 mL; p=0.008), 전립선암이 더 많았다(5.3% vs 11.3%; p=0.031). 다변량분석 결과 나이, PSA 수치뿐만 아니라 출생 계절 또한 전립선암을 독립적으로 예측했다.
김태범 교수는 "이 논문은 전립선 질환(전립선비대증 및 전립선암)이 출생 계절, 즉 임신 초기 노출되는 햇빛의 양과 관련 있음을 밝힌 것으로, 더 나아가 전립선 질환과 출생 계절과의 관련성에 대해 설명 가능한 기전(mechanism)을 최초로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동지)-멜라토닌-테스토스테론(solstitial-melatonin-testosterone) 가설에 따르면, 햇빛이 많은 여름보다는 햇빛이 적은 겨울에 혈중 멜라토닌의 농도가 더 높고, 모체의 멜라토닌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활성(testosterone activity)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초기 모체가 받은 햇빛의 양이 적을수록 모체의 멜라토닌 양이 많아지고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활성이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임신 초기 모체가 받은 햇빛의 양이 많을수록 모체의 멜라토닌 양이 적어지고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활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런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활성의 증가에 의해 손가락 길이 비가 작아지고, 중년 이후 전립선비대증 및 전립선암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 출생군은 임신 초기가 여름에 해당하기에 햇빛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여름 출생군은 임신 초기가 겨울에 해당하기에 햇빛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되는데, 결국 여름 출생군에 비해 겨울 출생군이 임신 초기에 받는 햇빛의 양이 더 많아서 손가락 길이 비가 더 적고, 전립선이 더 크고, 전립선암이 더 많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김태범 교수팀은 2010년 손가락 길이 비와 전립선암과의 관련성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이후 손가락 길이 비와 성인 음경 크기와의 관련성, 전립선비대증 약물치료 반응과의 관련성, 전립선암 악성도와의 관련성, 폐기능과의 관련성 등 연구를 지속, 확장해 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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